제5악장 | 크레셴도, 그리고 추락

“찬란한 크레셴도의 정점에서, 나는 현실이라는 차가운 벽과 마주했다”

by 소나타 그레이스

내 삶의 선율은 숨 가쁘게 고조되며, 마치 클라이맥스를 향해 질주하는 교향곡 같았습니다.

교습소 문을 열면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와 영롱한 피아노 선율이 햇살처럼 쏟아졌고, 나는 온 마음과 영혼을 실어 음악을 가르쳤습니다. 단순히 건반을 정확히 누르는 기술을 넘어, 깊은 호흡으로 손끝의 미세한 긴장마저 풀어내며 피아노와 온전히 하나 되는 순간의 황홀경을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제 어린 시절은 달랐습니다. 악보 위 음표들은 풀어야 할 숙제였고, 손가락은 기계처럼 건반을 두드릴 뿐이었습니다. 음악을 가슴으로 느끼는 법, 손목의 유연한 움직임, 피아노와 손끝이 만나 탄생하는 소리의 미묘한 떨림 같은 것들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죠.

콩쿠르 무대에 서서야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똑같은 악보인데도 어떤 아이들의 연주는 살아 숨 쉬는 듯 생명력이 넘쳤고, 내 피아노 소리는 건조한 기계음처럼 공허하게 울렸습니다. 그 절망감은 오랫동안 나를 따라다녔습니다.


내 교습소의 아이들에게서 과거의 내 모습이 아른거렸습니다. 온 힘으로 건반을 쾅쾅 내려치는 아이, 계이름만 달달 외워 악보 없이 겨우 연주하는 아이, 심지어 악보를 전혀 읽지 못하는 아이까지.

하지만 그들의 눈빛 속에서 나는 꺼지지 않은 가능성의 불씨를 보았습니다.

"그래, 이 아이들과 함께라면!"

나는 잠재력 있는 아이들을 모아 콩쿠르 준비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목표가 생기자 아이들의 눈빛부터 달라졌습니다. CD 플레이어로 거장들의 연주를 들려주며 곡에 담긴 정서를 속삭였고, 무대 위로 걸어 나가는 우아한 걸음걸이부터 관객을 향한 진심 어린 인사, 연주를 마친 뒤 여운을 남기는 마무리까지, 과거 내가 받지 못했던 세심한 가르침을 온 열정을 다해 쏟아부었습니다.


콩쿠르 당일, 아이들보다 더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은 건 학부모님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참가한 아이들 모두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습니다. 반짝이는 무대 위에서 환한 미소로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아이들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처럼 내 가슴 깊숙이 새겨졌습니다. 그 순간, 강렬한 확신이 온몸을 감쌌습니다.

'그래, 여기가 바로 내가 있어야 할 곳이야. 아이들에게 진짜 살아있는 음악을 가르치는 이곳, 이곳이 바로 나의 무대야!'

크레셴도—점점 더 강하게! 내 인생의 음악은 환희에 찬 절정을 향해 거침없이 치솟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통의 전화가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피아노 관련 인터넷 카페의 한 회원이었습니다. 그는 중고 그랜드 피아노를 믿을 수 없을 만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겠다는 달콤한 제안을 건넸습니다.

교습소에는 몇 대의 업라이트 피아노와 가정용 콘솔 피아노가 전부였기에, 그랜드 피아노는 늘 가슴속 깊은 곳에 품어온 숙원이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악기가 아니었습니다. 나의 오랜 꿈, 간절한 목표, 내 음악 인생의 마지막 퍼즐 조각과도 같았습니다.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쳤습니다. 오랜 시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갈망을 드디어 손에 넣을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습니다.

그는 심지어 우리 교습소의 낡은 콘솔 피아노를 가져가 멋지게 리모델링해 주겠다며 친절을 베풀었고, 나는 의심 없이 피아노를 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내 인생에 가장 크고 불길한 불협화음을 가져올 줄은, 그때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꼼꼼히 계약서를 작성하고, 신분 확인을 위해 주민등록등본까지 건넸기에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선불금을 송금했습니다. 피아노를 향한 내 열정을 누구보다 잘 아시는 친정어머니께서 아낌없이 지원해 주신 돈이었기에, 그 배신감은 더욱 뼈아팠습니다. 입금 후, 그는 점차 연락이 뜸해졌습니다. 간헐적으로 연락이 닿을 때면 들려오는 것은 공허한 "미안하다"는 말뿐이었습니다.

법적 절차를 밟아 분쟁조정위원회에서 환불 명령을 받아냈지만, 내 손에 돌아온 것은 전체 피해 금액의 고작 10분의 1에 불과했습니다.

마치 피아노의 가장 아름다운 크레셴도가 정점에 도달하는 순간, 누군가가 난입해 모든 건반을 무자비하게 망가뜨려 산산조각 내버린 듯한 충격이었습니다. 그랜드 피아노를 향한 순수한 열망이 불러온, 예기치 못한 추락이었습니다.




불행은 홀로 오지 않았습니다.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었습니다. 몇 달간 레슨비를 미납하던 한 고등학생은, 부모님께 연락한 다음 날부터 교습소에 발길을 끊었습니다.

교습소 월세를 내는 것조차 버거워졌고,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운영에 대한 회의감이 검은 파도처럼 밀려왔습니다.

'이대로... 모든 것이 무너져야 하는 걸까?' '여기가... 내 인생의 쓸쓸한 종착점인가?'

당장 아들의 학원비조차 감당하기 어려워 눈앞이 캄캄할 만큼 절박한 상황 속에서, 나는 그토록 외면하고 싶었던 학습지 교사의 길을 다시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차가운 현실 앞에, 나는 다시 낯선 집들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살을 에는 듯한 한겨울 밤, 낡은 중고차의 시동이 꺼져 어느 낯선 주택가 주차장에서 벌벌 떨며 긴급 출동 서비스를 기다리던 날, 전단지를 손에 쥐고 아파트 단지를 몰래 배회하던 과거의 내 모습이 겹쳐지며 가슴이 시리도록 저릿했습니다.




하지만 음악에서 침묵이 때로는 가장 강렬한 표현이 되듯, 이 처절한 추락의 시간 또한 내 인생이라는 악장의 중요한 일부였습니다.

제5악장의 끝은, 어쩌면 새로운 시작을 위한 숨 막히는 준비 과정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다시, 내 인생이라는 교향곡의 다음 악장을 연주하기 위해 깊고 고요한 호흡을 가다듬고 있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나의 노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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