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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도서관으로 출근합니다

by 방송과 글 사이

“엄마, 어디야?”


하교한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는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도서관이지.”

“엄마, 또 도서관이야?”


그래, 또 도서관이다. 집에서는 일이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는다. 보이는 건 바닥의 먼지, 개켜야 할 빨래, 설거지, 하루 종일 자꾸만 눈에 들어오는 해야 할 집안일. 안 되겠다 싶어 도서관에 간다.


우리 동네 쇼핑몰 대지 내 있는 단독 건물 1층 도서관. 일단 층고가 높다. 천장이 높아서 그런지 들어가는 순간 숨이 탁 트인다. 미네소타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천장이 높은 공간에 있을 때 사람의 뇌는 더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게 된다고 한다. 공간의 물리적 구조가 사람의 인지와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 도서관에 앉으면 머리가 시원하게 정리되는 기분이 든다.


책을 읽는 사람들, 조용히 노트북을 두드리는 사람들, 공부하는 학생들 사이에 앉아 있으면 그 자체로 묘한 자극과 동기부여가 된다. 다들 열심히 하는데, 나만 게으르면 안 되겠다 싶다. 실제로 심리학자 밴더빌트와 동료 연구진은 함께 집중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 ‘사회적 촉진 효과’로 개인의 집중력과 수행 능력이 향상된다고 했다. 심리학자 노먼 트리플렛(Norman Triplett)의 이론에 따르면, 타인의 존재만으로도 개인의 수행력이 향상될 수 있다고 한다. 집중하는 타인의 기운이 곁에 있을 때, 나도 자연스레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요즘은 일하면서 필요한 책을 도서관 상호대차 서비스로 대출하고 있다. 다른 도서관에 있는 책도 클릭 몇 번만으로 우리 집 가까운 도서관에서 받아볼 수 있어서 편하다. 다 읽으면 반납하러 가는 길에 또 다른 책을 자연스럽게 빌리게 된다. 빌리고, 읽고, 반납하고, 또 빌리는 선순환이 가능해졌다.


나는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일하지 않는다. 보통 4시간 정도 머문다. 그중 3시간은 집중해서 일하고, 남은 1시간은 보상처럼 책을 읽거나 100일 글쓰기를 한다. 하루에 딱 4시간만 집중해서 일하는 날은 만족감과 성취감이 높다. 몰입의 시간을 보낸 스스로가 괜찮아 보인다. 이것은 중요한 ‘자기 효능감’의 경험이다.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는 자신이 어떤 일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 반복될수록 실제 수행 능력도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매일 출퇴근하는 회사가 있는 건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 출근하고,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시간에 퇴근한다. 나만의 일터인 도서관은 그렇게 내 일상의 중심이 되었다. 오늘도 나는 도서관으로 가뿐하게 출근하고 가뿐하게 퇴근한다.


딸이 또 묻는다.


“엄마는 오늘도 도서관에서 출근하고 퇴근했어?”

“그럼~ 내 사무실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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