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가설
무의식에 남은 상처
프로이트가 주장한 인간의 무의식에 자리한 죽음의 본능은 충분히 주목할 만한 이론입니다.
저는 내 안에 존재하는 그녀가, 죽음의 본능이라는 타나토스로부터 발현된 돌연변이 *에고—혹은 자아—일 것이라 거의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내 안의 그녀를 온전히 이해하긴 어려웠는데, 그래서 어쩌면 그 외에 또 다른 무언가가 더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에고(ego): 정신분석 이론에서 에고는 현실 원칙을 따르며 충동을 조절하고, 적절한 행동을 선택하게 만드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명상에서 말하는 에고는 '나'라는 고정된 존재에 대한 착각을 유지하게 하는 허상으로 간주하며, 진정한 자각과 해탈, 즉 '참나(True Self)'의 실현을 방해하는 근원적 장애물로 여긴다.
저는 그녀에게 '왜 죽고 싶은 건지'를 계속해서 질문해 왔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마침내 준비가 되었다는 듯 한 단어를 제시해 주었고, 그것은 내 안에 잠들어 있던 그 무언가를 꿈틀거리게 만들었습니다.
'하얀 도화지'
몇 년 전 그날, 그는 저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넌 하얀 도화지 같아." 그는 제가 착하고 순수해 보여서 그런 인상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더니 곧 무언가를 끼얹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며, "하얀 도화지는 더럽혀줘야 되는데."라고 능청을 떨었습니다. 그의 장난기 어린 모습에 주변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고, 저 역시 따라 웃었습니다.
두 번째 가설은 이 시기를 기점으로 합니다. 처음 겪게 된 이성과의 잘못된 성관계로 인해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되었고, 그 결과 나도 모르는 사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이어졌다는 가설입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정도의 강렬한 스트레스나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하거나 목격했을 때 발생하는 심리적 반응. 가령 신체적 학대, 성폭력, 자연재해, 전쟁 참전군인, 폭력적인 범죄 등이 원인이 된다.
이성과의 첫 경험은 개인의 자아 형성과 성(性) 인식에 깊은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성경험은 신체적·정서적·심리적 측면에서 강렬하게 기억되며, 이후의 성생활이나 대인 관계를 이루는 전반적인 태도를 형성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강제적인 성경험을 겪을 경우, 심리적으로 큰 혼란이 초래될 수 있으며, 이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비롯한 우울증, 불안 장애, 자기혐오, 낮은 자존감 등의 심리적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Part 1. 숨은 나를 찾아서
※ 지속적으로 글을 다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