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에 남아 있는 상처
잊혀지지 않는 기억
더 나은 삶을 위해, 나를 힘들게 하는 관계를 정리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간혹 드물게는 자연스럽게 관계가 회복되는 경우도 있는데, 저 같은 경우가 그러했습니다. 다행히 저는 아동기와 달리 청소년기에는 부모님의 사랑과 지지를 받으며 성장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은 있는 그대로의 저를 사랑하셨고, 실제로 저는 사랑받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도 왜 저는 만성 소화불량에 시달리며 살아야 했던 걸까요?
중요한 점은 바로 이 부분에 있습니다.
트라우마(PTSD)는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쉽게 '잊혀지는 기억'이 아닙니다.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은 과거의 기억에 갇힌 채, 현재를 온전히 살아가는 게 불가능해집니다. 트라우마란 부정적인 감정을 제때 해소하지 못하고 무의식 깊은 곳에 억눌러서 발생되는 현상입니다. 그 배경에는 다양한 환경적·심리적 요인이 작용하게 되는데, 대체로 가정폭력, 자연재해, 참전 경험 등 개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강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고통스러운 경험에서 비롯된 통증을 견디기 위해 의도적으로 감정을 외면하거나 차단하려는 시도를 합니다. 그러나 무의식에 억압된 괴로운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형태로 우리의 삶에 드러나게 되고, 이것은 성격 변화, 신체 반응, 꿈 등의 모습으로 표출되곤 합니다. 따라서 개인은 현재의 삶과 행동에 계속해서 과거에 겪었던 무의식의 영향을 받게 되는데, 이를 게슈탈트 심리학에서는 *미해결 과제라고 부릅니다.
*미해결 과제: 과거에 충분히 처리되지 못한 감정이나 경험이 무의식에 남아, 현재의 감정이나 행동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한 번 각인된 트라우마가 위험한 이유는 심리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심각한 손상을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신경생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트라우마는 반복적으로 당시의 상황을 재현하는 *침투 증상을 일으키는 특징이 있습니다.
*침투 증상: 의지와 무관하게 외상의 기억이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현상. 이는 뇌의 편도체와 해마 간의 비정상적인 상호작용으로 인해 발생되며, 트라우마 환자는 과거의 외상 사건이 마치 현재에 일어나고 있는 일처럼 재경험하게 되어 심리적 및 신체적 고통을 호소하게 된다.
침투 증상을 단순한 기억 회상으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침투 증상이 발생할 때, 우리의 뇌는 과거 상황에서 분비되었던 스트레스 호르몬(코르티솔, 아드레날린)을 다시 분비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몸은 심박수가 증가하고, 근육이 긴장하며, 신체적 각성이 높아지기 시작하는데, 그 결과 신체는 그때의 위기 상황을 실제로 재경험하게 되고, 우리는 심리적으로 불안, 공포, 분노와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침투 증상은 외부 자극 없이 자발적으로—그것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불쑥 떠오르기에 더욱 치명적입니다. 즉, 이들은 현재에 머무르지 못하고, 반복적으로 과거의 그 순간으로 되돌아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설령 그 상황이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데이트든, 친구와 함께 하는 즐거운 저녁식사든, 혹은 아무런 걱정 없이 휴식하는 평화로운 주말이든 간에 말입니다.
Part 1. 숨은 나를 찾아서
※ 지속적으로 글을 다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