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나를 가장 미워했던 나는 행운조차 믿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원하는 것을 기대했다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의 리스크가 오래가는 사람이라, 아예 싹을 자르기로 했다. MBTI의 세 번째 자리가 F인지라 어떤 일에든 감정이 섞이고, 무 자르듯 단칼에 마음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은 사람이라 더 그래야 했다.
기대를 하지 않으니 실망을 줄이는 건 성공인데, 단점은 삶에 희망이 적다는 거다. 안 될 거라 미리 단념하고, 되더라도 기뻐하다가 일 그르치면 안 되니 빨리 마음을 단속해 버린다. 그러면서, 나는 지구에 잘못 태어났다고 생각했다. 지구는 나와 맞지 않고, 이번 생은 망했다고 입버릇처럼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30년이 넘게 나의 뇌는 이 프로그램으로 자동 학습되고 있었다.
그렇게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아이들만을 바라보며 살아가던 어느 날, 이지성 작가의 <꿈꾸는 다락방>을 읽었다. 자기 계발서로 좋은 말들이 참 많지만, 그 책의 단 한 줄에 나는 꽂혔다.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
지금이야 시각화라는 말을 유튜브에서도 자주 들을 수 있지만, 그 당시만 해도 이 말이 충격적이었다. 내가 원하는 일들을 생생하게 떠올리고, 이미지로 만들면 이루어진다는 말에 어째서 강력하게 반응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앞도 뒤고 재지 않고 믿고 싶었다. 이 작가도 그렇게 해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니까 맞을 거라고 최면을 걸듯 이 문장만 반복해서 외쳤다. 어쩌면 기대를 하고 실망을 하더라도 다시 마음이 괜찮을 수 있는 안전지대를 만난 것 같았다. 당장에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내가 바라는 일들이 언젠가 될 거라는 알 수 없는 근자감이 함께 솟아났다. 그래도 나에게 성공 데이터가 있어야 하니, 그날부터 실험을 해 보기로 했다. 정말 이루어지는지, 말도 안 되는 소리들인지.
마을에서 열리는 태교 토크 콘서트가 있었다. 연예인도 오고, 규모가 큰 행사였고, 상품권 추천도 있었다. 일찍 가서 기다리기보다는 다소 촉박하게 움직이는 사람인데, 그날따라 엄청 일찍 도착해서 추첨권 번호가 1번이었다. 300명 인원들 중에 1번이라는 번호가 당첨되긴 거의 하늘에 별 따기 수준인데 말이다. 그래도 나는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는 말을 실험해 보기로 했다. 이 말대로 했다가 되지 않더라도 나한테는 잃을 것이 없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1등 당첨된다'를 추첨하기 전부터 마음속으로 되뇌고, 되뇌었다. 1등이라고는 했지만, 2등, 3등만 되어도 좋을 것 같았다. 이런 마음을 보기 좋게 비웃듯 3등, 2등은 역시나 아니었고, 1등만이 남았다. 이 때도 내게는 희망이 있었다. '그래, 가자, 1등!!!'
"1등 추첨합니다. 행운의 번호는 두구두구두구~~~, 1번!!!"
꺅~ 정말 1등에 당첨이 되었다. 선물은 휴대용 유모차였고, 두 아이 모두 유모차가 더 이상은 필요 없어진 때라 초대해 준 언니에게 선물했다. 대신에 나는 이 문장을 선물 받았다.
'원하는 것을 생생하게 꿈꾸면 될 수도 있구나, 되는구나!!!'
나의 미래는 내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많다. 하지만, 나는 이제 내가 원하는 미래를 매 순간, 선택하고 있다. 안 될 때도 많지만, 결국은 이 방향으로 가게 됨을 믿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