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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GOING HOME 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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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고래 Apr 07. 2023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하려 애쓰다.

채우기 시리즈 11.

두 번째 장기 수업 아이들을 만나러 가던 첫날.


저는 매우 흥분된 상태였습니다.



왜냐하면, 제 머릿속은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 그리고 가르쳐 주고 싶었던 것들로 꽉꽉 차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 저의 감정은 설렘과 기쁨, 신남 등등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상태였지만,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사람은 꼭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야 만이 과부하 상태로 가는 게 아니었습니다.


너무 기쁘든, 너무 설레든 간에 지속적으로 흥분 상태를 유지하게 되면, 몸이 과도한 피로를 느껴, 스트레스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저는 아이들한테 할 말이 너무 많아서, 되려 과긴장을 일으켰습니다.


그래서 수업에 들어가기도 전에, 이미 지쳐버려 파김치가 되었지요.



이렇게 과도한 흥분과 설렘을 안고 간 수업의 분위기는 저의 예상과는 굉장히 달랐습니다.



수업이 시작도 안 했는데, 저처럼 아이들이 이미 지쳐있는 겁니다.



왜냐하면, 수업 시간이 모든 정규 수업이 끝난, 가장 마지막 교시에 걸쳐있었고, 제가 담당했던 아이들은 가뜩이나 입시 스트레스로 인해 지쳐있던 고 3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항상 수업 도중에 조는 친구들도 꽤 있었고, 열심히는 듣고는 있는데, 이미 동공에 힘이 풀리거나, 눈에 핏발이 선 상태였지요.



현재 시점에서 회고해 보면, 한국처럼 입시 경쟁이 치열한 나라에서 방과 후에 고삼 친구들이 어떻게든 수업을 듣겠다고 졸음과 싸우고, 자리를 지키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었음을 인정합니다. 제가 담당했던 아이들은 정말 대단한 친구들이었어요.



오히려 제가 이 아이들의 미성년자로서의 마지막 시기에 함께 할 수 있었음을, 그리고 이렇게 귀한 아이들을 만날 수 있도록 저를 학교로 초대해 주신 선생님께 감사했지요.



다만, 그 당시에 이미 과긴장 상태였던 저에겐 아이들의 입장을 헤아릴 여유가 많이 부족했어요.



그 당시엔 솔직히 약간 섭섭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열정이 있기 때문에, 수업을 재미있게 잘한다면 아이들도 잘 따라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요.


그러나 저의 예상과는 달리, 회차가 거듭될수록 아이들의 이탈이 점점 잦아졌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담당 선생님께서 굉장히 노력하셨지만, 소용이 없었어요.


어찌 보면,  아이들이 이탈하는 건 수업 시작 전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을 겁니다.


애초에 수업 시작일이, 수능일과 매우 가까워있었기 때문에 입시원서 접수나, 대입 상담 컨설팅일정들과 수업 시간이 겹쳤기 때문이지요.



이로 인해 공식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기로 한 아이들은 원래 16명이었는데, 점점 갈수록 아이들이 사라지더니, 정말 불굴의 의지를 가진 아이들 딱 4명만이 모든 수업에 참여하게 됩니다.



4명까지 인원이 축소되기 전, 이 친구들 이외에 나름 의지를 가지고 참여하던 다른 팀이 있었는데요.


이 친구들이 수업 진도를 못 따라가길래, 제가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조별 과제에 참여하게 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 얼굴이 하얗게 질리기 시작하는 겁니다.


처음엔, 아이들이 방과 후에 남아서 수업을 하니까 배가 고플까 봐 제가 먹인 빵을 먹고 체해서 얼굴이 하얘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다음 수업에 팀 리더를 제외하고 모든 팀원이 수업에 불참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지요.


저는 이 상황이 엄청난 충격이었어요.


시간이 조금 흐른 뒤, 이 친구들을 작년에 담당하셨던 선생님께 상담을 요청드렸는데요.


수업을 포기한 친구들의 경우, 정답과 오답이 정해져 있는 입시교육 환경에는 잘 적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 수업과 같이, 스스로 다양한 방법을 찾아나가야 하는 자율도가 높은 수업에 대해서는 되려, 답이 없다고 생각해 겁을 먹고, 빨리 포기해 버리는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 아이들의 성향과 제 수업의 방향이 서로 많이 달랐던 것도 있었지만, 서로가 서로를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대화하고 지켜볼 시간이 우리에겐 너무 부족해서 발생한 일이었던 것이었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사실을 전혀 모르던 수업 초반에는, 이 모든 상황이 전부 제 탓인 줄 알았습니다.



"내가 너무 어렵게 설명했나?"

"내가 너무 아이들을 몰아붙였나?" , "내가 너무 말이 많았나?" "내가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 걸까?"


"결국 나 자체가 너무 부족해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거구나!"


이렇게 다양한 변수들은 인지하지 못한 채


문제의 원인을 모두 부족한 제 자신 탓으로 돌렸습니다.


심지어, 수업 중반기로 넘어갈수록, 제가 감히 예측할 수 없는 학교 측과 학원 측의 갑작스러운 일정변동으로 인해 아이들의 이탈은 더욱 심해졌습니다.


이럴수록 저는 더욱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고, 유익한 교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제 자신을 몰아붙이고 애썼는데요.


지금 시점에서 이런 행동들은 정말 멍청한 행동이었음을 인정합니다.


감히 예측할 수도 손에 잡을 수도 없던 상황을 통제하려고 했다는 것부터가 무의미한 짓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당시의 저는 심리가 너무나 불안정한 상태였고, 이로 인해 몸이 엄청나게 지쳐있었습니다. 상황을 넓게 보고, 멀리 볼 여유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어요.



이 휘몰아치는 소용돌이 같은 상황 속에서, 어떻게든 수업을 하려고 했던 저의 의지와는 달리,



또 다른 예고되지 않은 학교 측 이슈로 인해, 갑자기 수업이 당일 취소가 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됩니다.



심지어 저를 수업에 초대해 주신 담당 선생님께도 당일이 될 때까지 이 사실이 전달되지 않았어요.



저는 이 소식을 듣고, 충격에 부들부들 떨다가,


결국 몸이 이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하고 몸져누워버리게 됩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항상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이번 한 주도 무탈하고 평온하시길 바랍니다.


김고래 드림.



지금 발행하고 있는 채우기 시리즈의 앞전 이야기인 "비우기 시리즈"를 최근부터 영상 에세이 형태로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혹시 긴긴밤 제 이야기가 생각나신다면, 언제든 편하게 들러주세요.



https://youtu.be/pjd6iryRX6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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