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chitect Y Apr 14. 2016

인문 건축가의 건축 이야기 XV 현대건축의 실패

서양건축이 보여주는 합리주의의 허구

오늘날 아름다운 미항 시드니의 상징물로 유명해진 오페라하우스는 1957년 국제현상공모 방식으로 idea가 모아져 의외로 39살의 덴마크 건축가 Yørn Utzon요른 웃존의 작품이 당선되었다.

요구조건에 못 미치는 간단한 드로잉으로 1차 심사에서 탈락한 그 작품은 심사장에 늦게 도착한 미국 심사위원 Eero Saarinen 이로 싸리넨(1910~1961)에 의해 힘겹게 본선에 올려졌다가 당선작이 예산초과 우려로 탈락함에 따라 역시 싸리넨의 주장에 힘입어 대신 당선작으로 결정되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날렵한 스케치를 구조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9년 동안이나 해결책을 찾다가 주어진 예산한도 안에서 집을 지을 수 없음이 드러나면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본국으로 돌아갔었다.

그 후에 이 일을 맡아 해결안을 내고 완성시킨 것은 영국의 구조전문가 오브 아럽(Ove Arup)이다.

당선안에서 많이 달리진 상태로 이 건물이 완공되기까지는 17년이 걸렸고 건설비용은 당초 예산 700만 달러의 15배인 1억200만 달러가 들어갔다.

이 장황한 오페라하우스 건립의 역사를 보면 서양인들이 갖는 기술에 대한 존경심, 완결에 대한 집념, 창조적 작업에 대한 너그러움이 부럽다.

Maya podium

그러나 돌이켜보면 요른 웃존이 그린 그 마야유적의 기단(podium)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스케치 한 장이 참으로 그렇게 존중되어야 할만큼 엄청난 가치를 가진 유일무이의 해결책이었는지, 책임감이라는 관점에서 그는 부족함이 없는지, 그 그림은 작품이라는 의미에서 진정으로 요른 웃존이라는 건축가를 대표하고 있는지,


그의 천재성에 비해 에럽의 성실성은 저평가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품어 봄직하다.

도무지 이것은 서구식 자본주의의 합리성을 의심케 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Master 대가들의 작품을 보자.


전세계는 거장들의 아트에 거세게 맞서고 있다.

전 세계 건축계를 평정한 건축의 거장 Le Corbusier 르 코르뷔지(1887~ 1965)에는 빌라 사보아를 1931년 완성해서 찬사를 한몸에 받으며 현대건축의 혁명을 일으키지만, 집주인에게 고소당했다.

건강에 쥐약인 석양빛은 방 깊숙이 들어오고 비가 안 새는 데가 없다는 것.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계한 미국의 스타 건축가 Frank Lloyd Wright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1867~1959)는 193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밀런 근교에 카프만주택을 지었다.

집 안에 폭포를 끌어들인 이 건축은 ‘Falling water 낙수장’이라는 낭만적인 이름으로도 불린다.

하루 종일, 1년 내내 온 집안에서 ‘콸콸콸콸’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니 잠을 잘 수가 없었기 때문에 집주인은 또 불만으로 가득하다.

70년대 인터내셔널건축이라는 신조어와 함께 가치를 인정받은 또 다른 유명 건축가 Philip Johnson 필립 존슨(1906~2005)은 1959년 미국 코네티컷 주의 푸른 잔디밭 위에 철과 유리로 ‘글라스하우스’라는 것을 만들었다.

온 사방이 유리고 지붕은 철판이라 뜨거워서 살 수가 없었기 때문에 집주인은 역시 불만투성이다.

아무리 에어컨을 틀어도 소용없었고, 한겨울이 되니 추워서 살 수가 없었다.

우리 시대의 스타 건축가 Frank O. Gehry 프랭크 게리는 2004년 MIT에 Ray and Maria Stata Center 스타타 센터를 완공했다.

입체를 독창적으로 해체한 감동적인 건축물이다.

하지만 게리의 이름을 떼고 보면 온통 삐뚤삐뚤한 것이 곧 쓰러질 것 같은 모양새다.

스타타 센터를 연구실과 강의실 용도로 쓰고 있는 MIT는 건축가를 고소했다.

삐뚤삐뚤한 건물 마감 사이로는 비가 새고, 건물이 지어진 직후에는 여기저기 금이 잔뜩 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건축은 있는데 사람은 살지 않는 명품.

이제 건축은 설치미술품으로 전락한다.

구경만 하고 있으면 되는 건지.

왜들 이렇게 삐까번적한 명품에 열광하는 걸까.


1974년에 James Stirling 제임스 스털링은 이렇게 말했다.


근대건축의 99%는 따분하고 진부하고 메마르고 옛 도시에 조화되지 못한다.


Peter Blake는 자신이 건축가이자 평론가이면서 앞에 말한 그 동료들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그가 Form Follows Fiasco-Why Modern Architecture Hasn’t Worked이라는 책 한권을 모두 바쳐 탄식한 대로 근현대건축은 실패라고 했다.

그 이후 지금까지 대부분의 현대 건축가들은 그때의 의구심에 대해 함구하고 어떤 대안도 제시한 적이 없다.

건축은 인문학이기 때문에 오늘날 인문학의 위기와 몰락은 건축의 위기와 몰락인거다.


집을 짓다.


이건 세계 어느나라에도 없는 우리의 표현방식이다.

농사짓다,

글을 짓다,

짝을 짓다...

우리에게 집을 짓는 행위는 우주를 경영하는 거였다.

자녀를 낳아 미래를 대비하듯이 우리 先賢선현들은 건축을 천 년을 대비하는 신성한 행위로 본 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