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로맨스 할까?

의미없다 생각하는 일에 이름을 붙이자.

by 토미융합소

저는 현재 솔로입니다. 흔한 솔로들의 핑계겠지만 종종 친구들이 연애 안 하냐고 물어보면 연애가 귀찮아서 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저는 제 인생에 있어 저의 삶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또한 일을 처리하는 데 있어 최대한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판단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연애 경험에 따르면, 연애를 하게 되면 1) 내 삶에 제약이 생기고 2)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강요받을 때가 생깁니다. 가끔 연애가 하고 싶다가도 이러한 일들이 떠오를 때면 그런 마음도 사라집니다. 이런 이야기를 주변에 하면 항상 그건 네가 진짜로 사랑하지 않아서 그렇다는 둥, 아직 어려서 그렇다는 둥의 전혀 공감이 가지 않는 이야기만 돌아옵니다. 그래서 그냥 자유로울 수 있는 혼자가 편하다고 생각하며 연애하기를 반쯤 포기한 상태로 지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간 독서모임에서 한 회원분이 자신의 연애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저의 생각을 살짝 흔들어 놓았습니다.


나는 그동안 굉장히 이상적인 사람이었어. 사실 남자 친구가 나를 집까지 바래다주거나, 자기 시간 버려가며 나를 찾아와 줄 때 고맙긴 하지만 조금 안타까웠어. 나 혼자서도 집 갈 수 있고 남자 친구도 할 일이 있을 텐데 나를 위해 괜한 시간 낭비하는 것 같았거든. 그런데 이번 남자 친구는 조금 달랐어. 우리는 연애 초반에 그런 행동들에 대해 같이 합의를 했어. “만약 누군가가 개인이 봤을 때는 충분히 비합리적인 일이지만, 상대방을 위해 그것을 감수하고 행동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로맨스’라고 부르자.” 즉 그동안 비합리적이라고 여겼던 귀갓길 데려다 주기, 뜬금없이 꽃 사다주기 등을 로맨스라는 이름으로 이해하자는 것이었어. 그렇게 하고 나니 그동안 연애할 때 부질없다고 생각했던 그런 행동들이 모두 이벤트가 되고 특별해 보이더라. 이제 나는 사랑에 있어 로맨스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


그 말을 들으니 저도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사실 저라고 여자 친구에게 꽃다발을 사주고 집까지 바래다주기 싫었을까요? 하지만 저는 그런 행동들이 쓸데없고 귀찮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제 지인분의 말대로 그것을 ‘로맨스’라고 생각하니 그런 행동들이 의미 있고 아름답게 다가왔습니다. 생각해보면 오히려 지금까지 제가 그런 행동들을 의미 없다고 생각했던 것은, 그것이 정말 의미 없는 행동이어서가 아니라 제가 그것들에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서였던 것 같습니다.


김춘수 시인의 ‘꽃’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의미 없는 일을 합니다. 하지만 사실 그곳에 있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 아니라 ‘의미 없다는 인식’입니다. 우리가 생각했던 의미 없는 일도 내가 그것을 정의하고 명명해줄 때 그것은 꽃이 되어 나에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제 지인의 사례처럼 저도 그동안 의미 없다고 여겼던 연애 솟 일들을 ‘로맨스’라고 이름 붙이면 그 속에 감추어져 있던 아름답고 값진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의하고 이름 지어주는 것’ 그것은 그동안 지나치던 의미들을 캐치하고 끄집어낼 수 있게 도와주는 좋은 도구가 될 것입니다.




저는 그동안 연애를 할 때 단순히 ‘사랑하니까’라는 이유로 특정 행동을 강요하는 것에 대해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지금도 같습니다. 하지만 제 지인의 사례처럼 함께 그것에 이름 붙이고 그것을 함께 공유한다면 훨씬 재미있고 아름다운 일로 보일 것 같습니다. 이제는 이렇게 무언가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드는 일을 할 때 그것을 정의하고 이름 붙여보려 합니다. 그럼 이제 마음의 준비는 다 했으니 연애를 할 좋은 사람을 먼저 구해봐야겠습니다.....(주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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