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helger Sep 20. 2016

베를린의 보물섬

베를린 4. - 눈을 들면 사방이 박물관, 열려라 참깨~

0.

Berliner Museumslandschaft, 제국의 심장부에 세운 자존심


베를린에는 사실..... 섬이 하나 있다. 강에 둘러싸인 곳, 거대한 5개의 건물 속에 어마어마한 제국의 보물을 쌓아 놓은 곳! 얼마 전 폴란드에서 발견된 나치의 황금 열차는 현대판 '알리바마와 40인의 도적' 같기만 하다. 도둑의 보물을 쌓아놓은 곳을 알았으니 대담하게 걸어가 '열려라 참깨!' 만 목놓아 외치면 되는 것인가?! 과연 그곳에는 호박의 방에서 통째로 떼어 온 것들이 있을까? 그렇게 감춰 놓은 독일 제 3 제국의 약탈 보물들 말고, 독일이 자랑스럽게 내놓고 있는 국보들은 어떤 것일까?  오늘은 베를린의 보물섬에서 베를린 도시 여행의 포문을 연다.  


열려라 참깨!


흔히 애칭처럼 '박물관 섬 Museumsinsel'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미테' 지역에 몰려 있는 박물관 5개를 말하는데, 나는 사실 슈프레 강으로 둘러싸여 있어 '섬'이긴 하지만 이런 지리학적 용어보다 독일어 'Landschaft'가 지닌 지역, 풍경, 풍광이라는 뜻을 살리고 싶다. '눈을 들면 박물관이 풍경처럼 펼쳐져 있는 곳'이라는 의미의 '베를린 박물관 풍광' 이 더 운치 있는 번역아닐지~  설립목적부터 독일 제 2 제국에 걸맞은 위용을 세우기 위한 것이었으니 규모와 소장품의 종류에 이르기까지 이 맥락에서 이해하면 더욱 이곳의 의미를 잘 볼 수 있다.


이곳은 뮌헨이나 칼스루에와 같은 도시와는 달리 서울의 중앙박물관에 상응하는 위상과 규모를 갖춘 곳이다. 아.. 규모라... 사실 독일 땅이 좀 더 크니 규모도 좀 더 크다. 중앙박물관 5개쯤? 모아놓은 듯한 규모라 할까... 빌헬름 1세가 황제로 등극하고 독일 제 2 제국을 선포한 후, 제국에 어울리는 문화적 자산 확보함으로써 대국의 면모를 과시하려 한 독일 근대의 자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자, 이제 '열려라 참깨!' 만 외치면 되나? 사실 독일 박물관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들려라 독일어!" 가 더 확실한 암호해독의 열쇠라는 게..... 함정이다.

이 5개의 박물관 중, 그 방대한 규모 때문에 선택과 집중의 시간이 다가왔다. 그래서 이 곳에서는 '국립 회화관 alte Nationalgallerie'와 '페르가몬 박물관 Pergamonmusuem'그리고 '신 박물관 Neues Museum' 세 곳에 집중할 예정이다.


1.

보데 박물관


관광지가 몰려있는 곳이면서 노이쾰른에 살 때 그 집 쌍둥이 딸들이 꼭 이사 가고 싶어 했던 미테 지역! 이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유대인 교회가 있고, 그곳을 지나면 이상하게 청소년들만 바글바글 모여있던 공원을 지나 타박타박 걷다 보면 작은 다리가 나온다. 바로 이 어마어마한 규모에 둥근 돔 지붕을 이고 있는 건물이 바로 보데 박물관이다. 이곳에 앉아 슈프레 강에 내려앉는 저녁과 황혼과 낙조를 보면 여행자가 이곳까지 짊어지고 온 이 세상 모든 근심이 사라지는 듯하다.    

                                                                                   


지금 보데 박물관에서는 '한스 홀바인'의 전시가 진행 중.



2.

페르가몬 박물관, 놀라운 재건축 공사 기간!


보데 박물관을 끼고  왼쪽으로 돌면 나오는 페르가몬 박물관, 지금은 한창 리노베이션 중이다. 시대적 요구와 흐름에 따라 박물관의 보수와 재건축의 양상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새삼 대한민국의 광화문이 겪은 여러 가지 역사적 굴곡이 접목되며, 과연 이번 리노베이션을 통해 어떤 가치를 대변하는 건물로 변할지 궁금해진다.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산산이 부서진 폐허도 동일하고 한국만큼이나 베를린도 이렇게 끊임없이 보수하고 재건축하며 변해가는 모습을 보니 베를린의 풍경도 유럽에서 상당히 보기 힘든 역동적인 오래된 도시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페르가몬 박물관의 보수공사가 정말 대대적이다. 저 가림막 뒤에서는 건물 전면이 거의 통째로 뜯기고 있었고, 저 건물 뒤편으로는 완전히 새로운 건물이 지어지고 있다.



리노베이션 중입니다. 2013부터 2025년까지


페르가몬 박물관, 사실 이 박물관 때문에 이곳에 온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무척이나 기대했던 곳인데 막상 찾아와 보니 벌써 몇 년째 리노베이션 중이다. 그런데 공사판 알림 막을 자세히 읽어보니 리노베이션 기간이 무려 2013년부터 2025년까지!!! 이런이런...... 실망에 거의 망연자실... 내 살아생전 다시 올 수는 있을 것인가... 이렇게 리노베이션을 하니 졸속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더 보고 싶은 이 곳...


하지만 다음날 우연히 발견한 한 가지 사실에, 즉 박물관 자체가 제한된 규모로 개방 중이라는 사실에 안도했고, 그 제한된 규모가 너무나도 제한된 규모라는 것에 또 한 번 대실망했다. 먼 외국으로의 여행은 사실 언젠가 읽은 책 속 단 한 구절 때문에 촉발될 수도 있다. 내게는 이 페르가몬 박물관이 그랬다.

                                                


이곳은 독일 대성당 건너편에 있는 '구 내셔널 갤러리 alte Nationalgallerie'



3.

신 박물관


왼쪽에 '구 내셔널 갤러리 alte Nationalgallerie'와 오른쪽에 '베를린 대성당'을 두고 정면에 보이는 것이 'altes Museum  구 박물관', 저 구 박물관에서 왼쪽에 페르가몬 박물관, 근처에 '신 박물관 Neues Museum'. 사실 박물관의 명칭이 기억에 남을 만큼 요란스럽지 않으며 되려 식상함마저 불러일으키지만 이집트 컬렉션이 옮겨간 이후로 이 신 박물관에는 베를린의 자랑인 이집트의 두상이 모셔져 있다. '노프레테테' 그녀를 위한 방!

사진 촬영 금지인 그곳을 찍을 수 있는 마지노선이 바로 이곳, 이곳도 오랜 기간 보수와 재건축 공사를 통해 새로 단장한 곳이다. 오래된 건물과 새로운 스타일이 만나는 이 로비는 '신 박물관'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곳이다.

           

                                       


묘하게 현대적인 건물, 그러면서도 상당히 옛 건물인 듯한 인상, 아름다운 중정



4.

구 박물관,


이름은 그저 그렇게 아무런 암시도 안 주지만 이 곳에서 참 멋진 전시를 진행 중이다.



18세기 독일 낭만주의 회화를 각인시키는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  Caspar David Friedrich'의 작품이 오랜 시간의 보수를 거쳐 다시 전시 중이다. 18세기 프랑스 나폴레옹의 신성로마제국 침략에 대한 대응의 한 양상을 보여주는 독일 낭만주의, 문학과는 달리 회화에서 독일적인 낭만주의는 '도피적'이고 '신화적'인 특징을 보이는데, 늘 jpg. 로만 대하던 이 작품들을 실제로 보면 어떨지 벌써 기대가 된다. 거의 박물관 여행이 되게 생겼다, 이 박물관들 때문에!

                                                  


5.

아직 꺼내지도 못한 이야기들을 어떻게 풀 것인가!


페르가몬 박물관에서 내가 보지 못한 것, 지금은 전시 품목에서 제외된 보물, 그 보물은 진귀한 신화 속 이야기를 재현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황금만큼이나 값나가는 이 보물이야기가 책 시작부분부터 펼쳐지는 책이 다행히도 한국어로 번역된 것을 발견했다. 이 보물 이야기는 다음 이야기에?    2탄: 페르가몬, 페터 바이스


구 박물관에는 보물이 있다. 수도승 한 명, 외로운 바닷가에 점 하나처럼 서 있던 수도승과 내가 못 보았던 그 듬직한 어깨를 지닌 권투 선수 한 명, 매끈한 대리석에서 태어나던 그 어린이 한 명.... 이 보물 이야기는 그다음에?    3탄: 베를린, 수도승이 돌아왔다.


신 박물관에는 보물이 있다. 남의 나라 보물이어서, 남의 나라에서 참 멀리도 그곳까지 와서 보아도 가슴 아픈 여인, 페르가몬 지역과 터키, 터키와 이집트, 과거와 현재, 그런 이야기를 생각해야 하는 곳,.. 이 이야기는 슬픈 이야기이니 맨 나중에?


이렇게 나의 "들려라 독일어!"가 열어 준 보물섬으로의 여행을 시작해 보려 한다. 세헤라자데의 천일야화처럼 줄줄이 엮여져 나오는 이야기 보따리, 조각보로 이어낸 우리네 보따리처럼 그렇게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베를린 현대 예술 1 +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