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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희 Mar 27. 2023

두 번째 시

첫 번째 글

무언가를 있는 그대로 싫어하는 건 적성에 맞지 않았다

내리는 비와 쓸쓸함

하늘의 구름은 웃는 얼굴을 닮은 듯했다

정처 없이 떠도는 마음이어야 연민하는 건 아니었다

착실하게 도착지를 향하는 걸음걸이라도 방황은 존재했다


비 오는 날 사랑의 온정을 느낌은 보통의 배척점에 있을까

내리는 비에 내가 밟아온 징검다리 중 다정함으로 점철된 돌을 뺀 나머지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하여 결코 사랑할 수 없는 이들을 떠올리다 그들 역시 이 비를 맞고 있을 것임을 깨닫는다

누군가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사랑의 시작이 될 수 있음을 좀 더 빨리 알았다면

나는 긍휼로 내 어제를 범벅해 놨을 텐데


하지 못한 말들을 편지지에 적어 내리다가

그 편지도 부치지 못할 마음이 되어

내리누른 심장의 밑바닥에 고인 웅덩이를 발견한다

크지도 않은데

웅덩이는 심장을 타고 온몸 곳곳으로 흐른다

모든 게 없던 듯이 살아가는 건 불가능했다


그렇지만

웅덩이를 걸을 누군가의 안위를 위해 장화를 만든 사람은

꼿꼿하게 기억해 낸다

세차게 내리는 비 맞을 누군가를 염려하여 우산을 만든 사람은

지켜내고 싶은 것이 있을 때

모든 곳으로 가서 닿은 작은 마음이 있었음을

걸음마다 쌓인 다정을 모른 채 살아갈 순 없음을


그리하여 편지지에 적힌 마지막 문장은 마침표를 찍는다

온기는 작은 마음에서도 발화했다

그 사람의 기도를 나의 입술로 피워내는 마음으로도

세상은 나의 것이 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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