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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가도 사람의 온기를 느끼고 싶어 한다
어쩔 땐 누군가가 안쓰러워 사랑의 이름으로 기도를 하고
다음날이면 그 사람에 대한 미움을 버리는 연습을 한다
변덕스러운 사람이 따로 있는 걸까
사람은 모두 변덕스럽게 태어난 것 같은데
나는 미움이란 제목으로 백만 가지의 시를 쓸 수 있겠으나
그러지 못함은 체면과 양심의 문제다
혼자서 걷는 길에 음악을 들으며 선선한 바람을 맞을 때면
세상 모든 것이 내 안에 머물다가 환희가 되고
변하지 않는 길목의 못생긴 한쪽 벽을 바라볼 때면
현실을 벗어날 수 없음에 인생을 비관한다
어제 있었던 일을 천천히 반추해 보다가
나는 은의 이름에 분노하게 된다
신실한 나의 신은 그런 은도 사랑하신다
나는 은이 싫다, 나는 은이 싫다, 나는 은이 싫다
그러다가 깨닫는다
미움이 사랑 안에 있다
손과 발이 묶이고 온몸을 포박당하여서 꼼짝도 못 한 채로
빛으로 시작된 창조의 질서에 무릎 꿇는다
신실한 당신이 사랑스럽다고 읊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