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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을 매단 나무들이 줄지어서 서있다. 무언가를 비틀고 싶은 건 사람의 본래 마음인 걸까? 샛노란 길가에 악의를 적어내는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싶진 않다. 그렇지만 한 두 명도 아닌 사람들이 가장 약한 자를 향해 돌을 던질 때에는 그 마음의 아량이란 게 존재하기는 하는 건지 의아해지고 만다. 미움과 조롱은 언제나 있어 왔으며 마지막 사람의 숨이 멎는 날까지도 계속될 것이다. 그보다 낮고 천하며 힘이 없다고 여겨지는 사랑은 그러나, 시간보다 먼저 있었기에 시간 후에도 존재할 것이다. 사람을 살릴 수 없다는 비아냥을 뒤로하고 남은 자들의 상처를 깨끗이 지울 것이다.
흙내음에 고개를 내민 꽃잎 위에 하얀 눈이 내렸다. 덮이고 덮여서 하늘까지 새하얗다. 지구가 함박눈의 미소에 퐁당 몸을 담가 녹인다. 나뭇가지의 삐져나온 살갗을 덮는 눈을 털어내고 가지를 꺾는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싶진 않다. 계단에 찍힌 발자국은 필시 뒤따라올 누군가를 위한 배려일 테다. 나는 배려에 미움이 담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그러나 옷을 입은 건 거리를 둔 사람에게 인사를 하기 위함이므로 검은색이 섞인 배려가 아프지 않다. 그러니 가장 따뜻하고 추운 꼭대기로 올라가는 계단에 쌓인 눈을 모두 녹여버리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제 가득 쌓인 눈에 녹아 가장 취약하고 단단하다
작살에 가족을 내어주고도 나와 다른 종을 해치지 않는 큰 물결을 보며 배운다
나는 영원히 녹아내릴 것이다
작고 작아져 낮고 낮은 곳으로 흘러내려 당신의 발에 입 맞출 것이다
그리고 버림받은 고귀한 사랑들을 주워 마음 밭에 심을 것이다
아이가 한 줌 손에 쥐면 다섯 줌을 품에 안겨다 주는 마음의 법을 가꾸고 싶다
절대 지켜내야 할 것들에 두려움 없이 일어서는 기쁨이 되고 싶다
겁이 많고 반항을 일삼는다는 소리를 들어도
실패하여 떨어져 낙하에서부터 비상을 배우는 새가 되고 싶다
그러면 마음 밭에 심긴 씨앗이 자라나 우리의 우주를 덮고 가장 흰색의 안식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