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은 두 번째 치료시간을 가졌다. 이번에 할 치료는 심리미술치료였다. 미술을 통해 청년의 심리상태를 알아보고 문제를 해결하는 시간이다.
원장님은 청년과 지난 일주일간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청년은 부모님이 자신에게 사과를 해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들이 다 용서가 되는 건 아니라고 했다. 원장님이 청년의 말에 공감하며 말했다.
"그래요. 그간 부모님이 OO 씨를 얼마나 힘들게 했는데요. 사과 한 번으로 용서가 되는 건 말이 안 되죠."
"그걸 부모님도 알았으면 좋겠어요."
"네, 그런 부분은 제가 부모님에게 잘 전달할게요."
"고맙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걸 해볼까요?"
원장님은 청년에게 14가지 그림을 보여주었다.
"이게 뭔가요?"
청년이 그림을 보며 묻자 원장님이 대답했다.
"그림이 많죠? 여기서 4~6가지만 한번 골라보겠어요?"
청년은 원장님이 시키는 데로 그림을 4개 골랐다. 청년이 고른 그림은, 소심한 남자아이, 칼, 뱀, 나무였다. 원장님은 청년이 그린 그림을 보고 말했다.
"자, 지금 고른 그림을 가지고 하나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보겠어요?"
"그냥, 제가 마음대로 쓰면 되는 거예요?"
"네, 하고 싶은데로 하면 돼요."
청년은 고민을 하더니 자기가 고른 그림을 가지고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왔다.
청년의 시나리오
청년의 시나리오는 이랬다.
[소년이 숲을 지나다, 뱀과 마주치게 되었다. 마침 갖고 있던 휴대용 칼로 호신을 하며 나무 위로 도망치려 한다.]
청년이 그림과 함께 시나리오를 모두 쓰자, 원장님이 입을 뗐다.
"좋아요. 잘 만들었어요. 이제부터 제가 OO 씨의 심리상태에 대해 설명해 드릴게요."
원장님은 청년이 그림 그림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먼저 남자아이에 대해 말할게요. 이 남자아이는 자기 마음을 말할 때가 없는 아이를 뜻해요. 지금 이 사람은 곧 OO 씨예요. 그런데 숲을 지나가다 무엇과 마주쳤죠?"
"뱀이요."
청년이 대답했다.
"맞아요. 지금 뱀과 마주쳤죠? 뱀은 생각이 많고 간교한 걸 뜻해요. 대신 지혜로운 부분도 있고, 사리분별도 잘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능도 가졌어요. 이게 OO 씨가 가지고 있는 장점과 단점이에요."
청년은 주의 깊게 원장님의 말을 들었다.
"자, 그렇게 숲에서 뱀을 만났는데, 무엇을 꺼냈죠?"
"칼을 꺼냈어요."
"네. 여기서 칼은 복수심을 뜻해요. 내 마음속에는 복수심이 가득 차서 언제가 꼭 복수하리라는 욕구가 숨어있어요."
"맞아요. 저는 꼭 부모님에게 복수를 하고 싶어요. 어떤 방법을 써서든."
청년은 있는 그대로 말했다. 원장님은 다음 시나리오로 넘어갔다.
"그렇게 칼을 들고 호신을 하다가, 결국에는 어디로 갔죠?"
"나무 위로 올라갔어요."
"맞아요. 나무 덕분에 뱀에게서 위협을 벗어날 수 있었죠?"
"네."
"여기서 나무는 내가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다. 기대고 싶다.라는 욕구를 말해요. 곧 지금까지 OO 씨가 혼자 오피스텔에서 지내면서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못하고 살아온 시간에 대한 욕구가 반영된 거예요."
"아... 그렇군요..."
심리미술을 통해 본 청년의 상태는 다음과 같았다. 청년은 혼자 오피스텔에서 지내면서 혼자라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에게 받은 불합리에 대한 복수심이 내재되어 있었다. 청년은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거짓말을 할 수 있고 간교한 생각으로 사람을 속이는 것도 가능했다. 원장님은 청년에게 이와 같은 평가를 정확하게 전달했다.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 무엇이고, 이것이 부정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바라보게 했다.
청년에게 잠시 생각할 시간을 준 뒤 원장님이 말했다.
"자, 그럼 이번에는 이 시나리오를 긍정적으로 바꿔보도록 해봐요."
"네? 긍정적으로요?"
청년은 무슨 소리냐며 원장님을 쳐다봤다.
"네, OO 씨가 쓴 시나리오는 부정적인 것들이잖아요? 그러니까 이걸 긍정적으로 바꿔보는 거예요."
"어떻게...?"
청년은 시도를 하기도 전에도 그게 가능하냐는 물음을 보였다.
"천천히 해보도록 하세요."
원장님의 말에 청년은 고심을 하기 시작했다. 부정적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스토리를 쓰라고 하면 청년처럼 부정적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부정적 가치관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내담자들이 긍정적으로 바꾸는 것에 어려워한다. 청년은 이번에 처음으로 그 시도를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청년은 생각을 쥐어 짜낸 뒤 드디어 시나리오를 완성해 원장님에게 보여주었다.
[소년이 숲을 지나다 뱀과 마주치게 되었다. 뱀이 소년에게 반갑다며 인사를 했다. 소년도 뱀에게 인사를 한 뒤 선물을 주겠다며 나무 위로 올라갔다. 칼로 나무에 열린 사과를 따 뱀에게 주었다. 뱀은 고맙다며 인사를 했고, 소년은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쓰면 되는 건가요?"
청년은 이게 맞는 건지 눈치를 보며 원장님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주었다.
"네, 맞아요. 잘하셨어요. 이렇게 하는 거예요."
청년은 자기가 시나리오를 긍정적으로 만들고도 얼떨떨한 얼굴을 했다.
상처를 받은 내담자는 머릿속에 부정적인 생각들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이 생각들은 가치관으로 형성이 됩니다.
"나는 아무것도 못해."
"내가 잘하는 건 없어."
"사람들은 날 싫어해."
"복수할 거야."
이런 부정적인 생각과 가치관은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데 방해 요소가 됩니다. 부정적인 생각이 너무 강하다 보니 미래지향적인 삶을 꿈꾸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심리치료 시간에 이것을 '시도' 할 수 있게끔 합니다. '시도'라고 표현한 것은 이것은 치료의 개념이라기보다 말 그대로 '시도'이기 때문입니다.
"아, 나도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도 있구나."
"내가 이런 생각을 한다고?"
"이걸 좋게 바꿀 수도 있네?"
미술치료를 통해 내담자에게 이런 인식을 심어주는 것입니다. 그러면 내담자는 처음에는 긍정적으로 바꾸기를 어려워 하지만, 여러 번 하다 보면 익숙해져 금방 바꿀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변화'가 오게 됩니다.
부정적인 생각과 가치관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 긍정적으로 바뀌게 됩니다. 비로소 '치료'가 되는 것입니다. 물론 미술치료만 계속한다고 가치관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건 아닙니다. 내담자가 변화가 되기까지에는 수많은 치료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집니다.
환경치료, 세부감각 지우기, 명상최면치료, 명상치료, 인지치료 등등 다양한 치료를 합니다. 그중 미술치료는 내담자가 자신의 심리상태를 파악하게 만드는데 굉장히 유용합니다. 눈으로 보고 들음으로서 내가 어떤 상태인지 객관화 하게 만듭니다. 또 내담자분들이 재미있어하는 치료 이기도 합니다. 이유는 부정적인 생각이 긍정적으로 변하는 순간, 긍정적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나에게 즐거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미술치료를 통해 부정적인 생각과 가치관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심리치료는 위 사례 말고도 다양하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