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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아론 Dec 12. 2021

[내담자 치료 일기] 5화 과거에 대한 부모님의 사과

텀블벅에서 <벼랑 끝, 상담> 오디오북을 펀딩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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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조현정동장애(조현병+조울증) 진단을 받은 내담자가 직접쓴 글입니다.


1화부터 보셔야 내담자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aronsong/511

(1화)

https://brunch.co.kr/@aronsong/512

(2화)

https://brunch.co.kr/@aronsong/514

(3화)

https://brunch.co.kr/@aronsong/516

(4화)




부모님과 같이 상담을 받고 며칠 뒤, 원장님께서 카톡을 했습니다.


[제가 숙제를 내줄게요, 어머니와 아버지한테 카톡을 보내는거예요. 어떤 카톡을 보내냐면 JY씨가 과거에 어머니한테 당했던 것들, 어머니한테 서운했던 것들, 그리고 바라는 것을 써서 카톡으로 보내주세요. 아버지한테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셋이서 모여서 그것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를 나누세요.]


[부모님이 그걸 보고 화를 내시면 어쩌죠?]


[걱정말아요. 제가 부모님께 말씀 드렸어요. 부모님이 잘못하셨으니까 JY씨에게 사과하라고. JY씨가 말씀 드리면 부모님도 사과하실거예요.]


저는 걱정되고 두려웠습니다. 괜히 그런걸 써서 부모님이 화를 내면 어쩌지... 그리고 내가 감당하지 못하면 어쩌지.... 그래도 저는 꼭 부모님한테 사과를 받아야만 했습니다. 부모님한테 쌓인 원한도 너무 많았고 부모님한테 사과를 받지 않으면 저는 결코 나아지지 못할거 같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래서 어머니 아버지한테 각각 카톡으로 어머니한테 얼마나 서운했는지, 당한 것과 상처로 남아있는 것들을 번호를 매겨 썼습니다. 그렇게 카톡으로 전달한뒤 저녁에 가족 모두 모여 앉았습니다.


어머니 

이것에 대해서 진지하게 얘기를 나눠야되지? 그리고 사과해야되고.


나 

응.


1번: 엄마가 내가 사촌동생이랑 몰래 놀이터 갔다고 때렸다.



어머니 

내가 그랬어? 난 기억이 안나는데.



나 

그때 사촌동생이랑 헤어지고 우리 집에 가야했을 때인데 내가 집에 가기 싫어서 몰래 놀이터 가니까 엄마가 막 욕하면서 때렸어.



어머니 

아... 그랬구나. 나는 기억이 안나. 하지만 너가 그것때문에 상처 받았구나. 내가 미안해. 엄마가 조심하지 못했어. 그때 때리면 안되는건데.



나 

알았어.



2번: 내가 8살때 친구랑 비오는 날 다리 밑에 갔다고 엄마가 날 때렸다.



어머니

아.... 이건 나도 기억나네. 그때 내가 왜 그랬냐면 그 다리 밑에서 건달들이 나온다고 동네에서 소문이 안 좋았어. 그래서 다리 밑에 갈까봐 굉장히 걱정했는데 너가 가있는거보고 마음이 급해서 어떻게든 널 못가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널 때렸어. 근데 그게 너한테 상처였구나. 미안해.


저는 그때 엄마가 날 때린것만 기억나서 굉장히 분하고 원망스러웠지만 엄마한테서 솔직한 마음을 듣게 되니 저도 어머니가 그럴 수밖에 없겠다는 걸 이해했고 사과까지 하셔서 쉽게 털어냈습니다.



3번: 엄마는 7살 때 머리 깎을 돈으로 장난감을 샀다고 내 옷을 벗겨가며 때렸다. 그리고 친구 앞에서 내가 거짓말 했는지 안 했는지 추궁해서 나는 친구와 멀어졌고 굉장히 수치스러웠다.



어머니 

아 이것도 기억나네. 그래. 장난감 살수도 있는데 내가 너무 그걸 심하게 했던거 같아. 그리고 너 친구한테 그래서 너가 멀어지게 한것도 미안해. 엄마가 잘못이 많네.


이렇게 번호 순대로 계속 해나가고 있는 동안 어머니는 부드러운 말씨로 사과했고 자신이 왜 그럴수 밖에 없었는지를 털어놓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머니가 그럴수밖에 없었다는걸 이해했고, 어머니한테 사과를 받자 어머니에 대한 원망이 눈녹듯 해소되어갔습니다.



[아버지 차례]


1번: 내가 고3때 수능직전 pc방에 가있자 아버지는 pc방 사장한테 이 애가 수능이 얼마 안남았는데 왜 들여보내냐며 화를 냈다. 내가 수능직전이라는걸 알지도 못하는 쌩판 남인 pc방 사장한테 화를 내니 나까지 창피했다.



아버지

맞아. 그때 아빠가 좀 지나쳤어. 사실 아빠도 그때 pc방 사장이 나한테 욕하는걸 들었어.



아버지도 번호 순으로 계속 내려가면서 사과를 하셨고 덕분에 아버지에 대한 원망도 시원하게 누그러져갔습니다.


그렇게 부모님과 저는 2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쌓아왔던 오해, 그리고 받은 상처들을 진지하게 고백했고 이야기를 나눴고 서로 사과했습니다.


그래서 저의 부모님에 대한 오해와 원망이 굉장히 지나쳤다는걸 알게되었고 사실 부모님도 일부러 그런게 아니라 그럴수 밖에 없었다는걸 깨닫게 되었고 부모님한테 적극적으로 사과를 받게되자 저는 이제 부모님에 대한 원망이 크게 누그러졌습니다.


부모님에 대한 원망은 오랫동안 저를 너무나 지독할정도로 힘들게 했고, 저에게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일으키는 근본 뿌리였습니다.

그리고 한번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누군가가 제 머릿속을 시퍼런 칼로 아주 날카롭게 쑤시는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두통에 자주 시달리고 머리가 무겁고 뜨거워서 터져버릴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이 저에게 적극적으로 사과를 해주시고 저를 이해해주신 덕분에 저는 그 뿌리가 떨어져나간거 같았고 머리는 훨씬 더 시원해지고 가벼워졌습니다.


그리고 저번처럼 다시 부정적인 생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끓어오르기 전에 부모님이 저에게 사과했던 기억이 나면서 부정적인 생각은 다시 잠잠해졌습니다.


머리가 한결 맑아지고 부모님에게 쌓였던 오해와 상처도 말끔하게 씻어내자 저는 드디어 심리치료에 본격적으로 집중할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제 문제도 훨씬 더 쉽게 이해했고 제 문제를 적극적으로 고치려는 의지가 생겼습니다.


부모님에 대한 원망은 제가 치료되는걸 막는 커다란 장애물이었는데

부모님한테 사과를 받자 그 장애물이 허물어지고 치료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텀블벅에서 <벼랑 끝, 상담> 오디오북을 펀딩 합니다.

종이책에 있는 핵심 사례 11개를 뽑고,

종이책에 없는 추가 사례 8개를 녹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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