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사이코패스 겸 정신분열자 이수입니다.
오늘은 기분이 좋지 않네요. 아침부터 햇빛이 비위를 건드리는 게 여간 기분 나쁜 게 아닙니다. 아니, 분명히 창문에 신문지를 붙이고 커튼까지 쳤잖으면 그러면 빛이 들어오지 않는 게 정상이잖아요? 그런데 왜 자꾸 햇빛이 비치는 건지 사람을 돌아버리게 만드네요.
커튼과 신문지 이 새끼들은 쓸모없는 것들입니다. 자기 역할을 분명하게 지정해 줬는데도 이 간단한 일조차도 해내지 못하네요. 저는 가위를 들고 벨벳 커튼을 가로로 잘라버립니다. 신문지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 떼어내 찢어버립니다. 그러자 햇빛은 기분 좋다며 방안을 가득 침범합니다. 저를 훑어보던 수많은 눈도 이제야 잘 보여서 좋다며 음흉한 얼굴을 해댑니다..
좆같네요. 제가 지금까지 이 방을 지키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요, 침투하는 햇빛과 눈들을 막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는데요. 그런데 결과가 이거라니.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수 없습니다. 저는 야구 방망이를 들고 바깥으로 나갑니다. 나가던 중에 거실에 있는 토끼 인형 한 마리가 실실 쪼개길래 방망이를 휘둘러 머리를 박살 냅니다. 방바닥에 떨어진 토끼의 몸통을 방망이로 찍어 내립니다. 녀석은 망신창이가 되어 더는 웃지 않습니다. 커튼과 신문지, 토끼 인형. 이제 이것들은 제 집에서 추방입니다. 저는 야구 방망이를 든 채 현관문을 열어 둔 채로 나갑니다. 나가자마자 그들의 시선이 느껴집니다. 누구냐고요? 바로 당신과 같은 사람들이죠.
사람들은 왜 그렇게 저를 쳐다보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밖에만 나가면 드디어 포착됐다는 듯이 저를 꼬나보며 지나갑니다. 제가 누군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합니다. 그리고 분명 어딘가에 모여서, 이수 저기 있다. 저기 바깥에 나왔어. 라며 지들끼리 쑥덕거리겠죠.
제가 그걸 모를 거로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오늘은 그걸 보여주려고 나온 겁니다. 가만히 있으니까 저를 정말로 멍청한 종자로 보는 듯해서요. 저는 동네 뒷산으로 오릅니다. 그들의 집결지가 그곳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드르륵드르륵 방망이를 길바닥에 끌고 가자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저를 쳐다봅니다. 당장이라도 그들의 대가리를 깨고 싶지만 저는 인내합니다. 이곳에서 일을 벌여도 소용없다는 걸 아니까요. 저를 헐뜯고 비난하는 집결지를 쳐야 합니다. 그래야 다시는 그 더러운 입에 제 이름을 담지 않을 겁니다.
산책로를 따라 산에 올라가자, 그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저에 대해 험담하기 위해 모여드는 사람들이요. 그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정상을 향해 올라가고 있습니다. 저는 모두 죽여버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야구방망이를 땅에 끌고 갑니다. 이 소리는 일종의 제 의식이자 경고입니다. 지금이라도 참회할 인간들은 꺼지라는 것이죠. 하지만 많은 이들이 제 경고를 무시합니다. 모두 뭐 하냐는 식으로 저를 쳐다본 뒤 앞지릅니다. 제가 지금까지 착하게 굴었던 보답이 이거라면 저도 참을 이유가 없죠.
저는 이윽고 산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이내 주범을 찾아냈습니다.
“총각, 여기서 뭐 해?”
슈퍼 아저씨가 저를 보고 물었습니다.
“총각, 운동하러 온 거야?”
“아저씨는 제가 운동하러 온 걸로 보여요?”
“응? 그럼 아니야?”
“당연히 아니죠. 제가 미쳤다고 이곳에 운동하러 오겠어요?”
“그.. 그런가...”
“아저씨. 농담이고요, 아저씨 보러 왔어요.”
저는 씩 미소 지으며 말했습니다.
“나를..? 왜? 가게로 오지 않고.”
“서프라이즈가 있거든요.”
아저씨는 멀뚱멀뚱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화색이 돋았습니다.
“설마... 그거야? 또 잡았어?”
“네 지금 보여 드릴게요. 이쪽으로 오실래요?”
“그래 가자. 견종은 뭐야? 지난번에 먹은 잡종은 진짜 잡종이라 그런지, 사실 맛이 배리더라고.”
“어떤 종 좋아하시는데요?”
“나 골든 리트리버. 요새 먹방이라고 알지? 거기 보면 막 스테이크 이만한 걸 잡고 뜯는데, 진짜 기가 막힌다니까. 나도 그렇게 해보고 싶더라고.”
“그럼 보고 놀라시겠는데요?”
“놀라? 왜? 설마 진짜 골든 리트리버는 아니지?”
“한번 직접 보세요.”
“이야- 이게 웬 운수냐.”
저는 아저씨를 인적이 드문 곳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는 산책 중에 웬 횡재냐며 쉴 새 없이 떠들었죠. 장소는 배수구 쪽으로 이곳은 사람이 전혀 지나다니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여기다 숨겨 둔 거야? 어디있어?”
“여기 있어요.”
저는 야구방망이로 아저씨의 후두부를 강타했습니다. 그는 컥 소리를 내며 앞으로 고꾸라 졌습니다.
“초, 총각! 왜 그래?”
“왜 그러긴. 네가 범인이니까 그렇지.”
“범인이라니, 무슨 소리야?”
“이게 시치미를 떼네. 안 되겠다!”
저는 쓰러진 아저씨를 향해 방망이를 휘둘렀습니다. 그는 양팔로 머리를 막다가 고통에 더는 못 하겠는지 양손을 풀었습니다. 그와 동시 저는 그의 이마를 향해 야구방망이를 휘둘렀죠.
“초, 총각, 이러지 마..! 나한테 왜 이래...!”
그는 울면서 말했습니다. 저는 야구방망이로 그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야, 이 새끼야 똑바로 말해. 언제부터 사람들한테 내 욕하고 다녔어?”
“욕이라니... 무슨 욕...”
“계속 그렇게 나오시겠다?”
저는 방망이로 그의 어깨를 강타했습니다.
“총각 살려줘!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어!”
“모르면 알 때까지 맞아야지.”
저는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며 말했습니다.
“너 강아지 죽일 때 어떻게 죽이는지 잘 알지? 이렇게 계속 후려 패. 그래야 살이 연해지니까.”
그는 피를 쏟으며 정신을 잃었습니다. 저는 이쯤이면 됐다 싶어 야구 방망이를 바닥에 던졌습니다. 떨어진 낙엽으로 피 묻은 손을 닦은 뒤, 그를 끌고 가 원형 배수관 안에 집어넣었습니다.
“흐으...흐으...”
그의 숨소리가 하수구 안을 울렸습니다. 저는 꺼질 듯 말 듯 한 이 소리가 참 좋습니다. 마치 소라껍데기에서 들리는 파도소리 같거든요. 저는 귀를 그의 코에 가까이 대고는 소리를 음미했습니다. 인간이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내는 소리. 이 소리가 얼마나 달콤한지 아무도 모를 겁니다. 그리고 사람마다 죽기 전에 내는 소리가 있다는 것도 모를 테죠. 일명 ‘마지막 숨결’입니다. 사람은 저마다 고유 진동수라는 게 있는데, 마지막 숨결과 공명을 이룰 때 최고의 합주를 냅니다. 제가 살인을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죠. 그들의 마지막 숨결을 들어보는 것. 그리고 ‘탁’ 하고 전자가 끊어지는 소리를 들었을 때의 짜릿함.
탁. 탁.
그는 그렇게 두 번의 소리를 내고 숨을 거뒀답니다.
***
어느 작가가 쓴 연쇄살인자의 소설을 보면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살인은 시라기보다 산문에 가깝다. 해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살인은 생각보다 번다하고 구질구질한 작업이다.”
저는 이 구절을 읽고 웃음을 지었죠. 역시 작가의 상상에는 한계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교정을 하자면 살인은 산문이 아니라 시에 가깝습니다. 산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살인을 해보지 않은 자이거나, 진정한 살인범이 아닙니다. 왜냐면 두려움을 느끼는 종자들이거든요.
살인을 한 후, 내가 범인이라는 걸 들킬까 봐 구질구질한 산문 작업을 하는 겁니다. 그러고 나서 완벽 범죄를 저질렀다고 좋아하죠.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또 살인을 저지른 뒤에 또 걸릴까 봐 두려워 구질구질한 산문 작업을 합니다. 이런 것들은 비양심적인 인간입니다. 아니 살인을 저지른 후, 자기는 끝까지 살려고 하는 게 말이 되나요? 살인은 그런 게 아닙니다.
시처럼 간단명료하고 함축적 이어야 합니다. 시집을 읽고 책을 덮었을 때, 나 또한 끝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하죠. 어떻게? 형벌과 죽음으로.
만약 살인을 저지르고 삶을 끝까지 유지하려고 하는 자가 있다면, 그건 보통 인간처럼 살고 싶다는 걸 반증하는 멍청한 짓입니다. 그러니까 어느 작가든 다음에 살인자와 관련된 소설을 쓰거든, 살인은 시가 아니라 산문이 이라고 쓰지 마십시오. 그것은 살인자를 평범한 인간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이네요. 오늘은 기분이 매우 좋습니다. 며칠 전 아우렐리우스가 한 말을 곱씹다가 전 이미 그가 말한 대로 행동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거의 없다.”
그래서 저는 부모님을 제거했습니다. 필요하지 않으니까요. 진주희는 이준범을 제거했고, 그것도 모자라 필요 없는 자기 목숨까지 제거했습니다. 민수는 앞으로 여동생을 제거할 계획입니다.
듣고 보니 어떤가요? 제 말이 맞지 않나요? 저는 필요한 것이 없는 삶을 만든 후, 더불어 많은 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없애주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아우렐리우스가 말한 궁극의 행복 이죠.
저는 이 기분을 이어가기 위해 아침 대용으로 흰 우유를 마시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나오자마자 사람들이 저를 힐끔거리는 게 하나같이 기분을 또 잡치네요. 슈퍼 아저씨로는 부족했던 것일까요? 심지어 저를 벌레 보듯 하면서 지나가는 이들도 있어 뒤통수를 갈기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기도 하지만, 그들은 멍청한 종자, 저는 관용을 베풉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가 오늘 모든 이에게 관용을 베푼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특히 횡단보도 건너편에 서 있는 저 남자. 저는 남자의 정체를 알아차리고는 신호가 바뀌자마자 그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지금까지 저를 미행한 사람이 당신이군요.”
“네?”
“언제부터 저를 미행한 거죠? 왜 따라다니는 거예요?”
“따라다닌 다뇨?”
“시치미 떼지 말고 말해요. 일주일 전부터 CCTV로 저를 감시하고 있었던 거 압니다. 제가 이준범을 죽인 범인이라고 보는 건가요?”
“그게 무슨...?”
“말로는 안 되겠네요”
저는 품에서 과도를 꺼냈습니다. 남자는 과도를 보더니 얼굴이 창백해진 채로 헐레벌떡 도망쳤죠. 저는 볼썽사나운 남자의 모습을 보며 과도를 다시 품에 넣었습니다. 이 정도면 됐다 싶었습니다. 당분간은 조용하겠다 싶었죠.
그런데 뒤에서 다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이수 씨 맞으시죠? 서울 중부지구 강력계 형사 강형택입니다. 잠시 이야기 좀 나눌 수 있겠습니까?”
저는 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확신했습니다. 이자가 바로 나를 미행하던 사람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