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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나 Jun 28. 2024

내가 너의 엄마가 되어서 행복해

아이랑 함께 붙어있다 보면 간간히 드는 생각이 있는데, 엄마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보다는 ‘내가 너의 엄마가 되어서 행복해’이다. 아이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후의 엄마임이 너무 좋아서 나온다.


나는 아이를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었고 사실 임신기간까지도 큰 애정이 없었다. 앞으로 펼쳐질 경험하지 못한 세계에 걱정만 앞서, 뱃속에 있을 때가 젤 편하다던데 앞으로 어떡하나에 대한 걱정만 더 많이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처음 만난 순간부터 사랑에 빠졌고 뱃속에 있을 때 잘해주지 못한 게 미안해 눈물짓기도 했다.


후는 웃음이 참 빨랐는데 배넷웃음이 아니고 2개월 때부터 눈 맞추고 소리 내며 웃곤 했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뻐 더욱 사랑에 빠진 것 같다. 자라 가며 보이는 모습들, 항상 붙어있기에 엄마가 제일 잘 알 수 있는 모습이 늘어가는 것도 주 보호자만의 특권인 것 같다. 투투(헬리콥터), 코코(무당벌레) 같은 후가 얘기하는 단어들의 기원과 뜻을 제일 먼저 알아차릴 때는 우리 둘만의 비밀코드 같다. 요즘에는 곧 말문이 트일 것 같아 전보다 많이 해주는 말이 있는데 ‘사랑해’와 ‘행복해’이다. 아가가 두 감정을 느낄 때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이다.


매일매일이 사랑스럽고 오늘보다 내일이 더 예뻐 안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육아의 목표는 아이의 독립이라는데 지금이 너무 행복해 오늘이 영원히 루프 되어도 좋으니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아이가 더 어릴 때 디럭스 유모차에 태워 다니던 시절 마주친 이웃분이 그런 얘기를 했다. 아이가 중학생이 된 뒤부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금이 제일 힘든 거 같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때가 제일 행복했던 것 같다고. 아이가 커가면 자연스럽게 멀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전까지는 하루하루 지지고 볶으며 몸은 힘들더라도 정신적으로는 행복으로 충만하게,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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