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사람은 누구나 외적으로 바쁘다. 물론 나도 바쁘다. 그런데 사람은 또 한가함에 대한 갈망이 있다. 한가함은 어떻게 생겨나는가? 한가함이란 무엇인가? 외적으로는 바쁘지만 내적으로는 한가한 것. 내적인 한가함은 어떤 것에 대하여 생각할 때이다. 그 사유에서 한가함이 생겨난다. 그렇게되면 그 자신의 삶의 방식이 그쪽으로 방향지어진다. 사유에 의해 사유하도록 시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한가함'의 본령이다. 자기시간을 갖는 것이 한가함이다. 한가함이 그저 놀고 즐기는 것에 본 뜻이 있지 않듯이, 한가함은 그 자신의 생각이 계속 풀리도록 그 자신을 놓아두는 상태다. 그렇게되면 누군가 그 자신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 한가함은 외적으로는 고독의 상태이고 내적으로는 자유방임 상태다. 결국 한가함은 바로 몰입상태이다. 어떤 하나의 사물이 외부로부터 들어온다면 그것에 대한 사유는 필연적으로 안에서 진행된다. 그리고 문득 그것은 툭 튀어올라 그 자신을 에워싼다. 그러면 그것에 대해 사유해야 한다. 그런데 그 몰입에 사용할 시간이 없다면? 어찌되는가? 스스로 항상 그 내적 공간을 비워두어야 한다. 가장 거대한 방문자가 찾아오면 그 방문자와 시간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문제 해결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외적인 한가함으로 연장할 수 없다면, 내적으로 그 사유는 계속 진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에 불순물이 끼어들 여지가 있겠는가?한가함을 말하면서도 공허를 상대하느라 외적인 잡다함을 끌어들여 온통 채우느라 바빠 버리면서 한가함을 원하면 안 된다. 차라리 육체를 움직여라. 부단히 밀어내야 한다, 잡다함을. 한가함으로의 선회는 이렇게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