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벌하여 숲 속 소나무들이 저 깊숙이 까지 보이는 와중에, 초입들에 서 있는 소나무 타고 오르는 담쟁이 보며, 담쟁이는 기생 식물은 아니고 그저 무엇인가 타고 갈 것이 보이면 기어 올라서 끝까지 넘어가는 것뿐이었다. 담쟁이의 속성이 그렇다는 것뿐이었다. 담쟁이 뿌리는 정작 땅속에 자기 뿌리로 서 있다는 것이었다. 뿌리가 독립적이라 소나무와는 상관없다. 소나무에 뿌리박는 것도 아니며 진액을 빨아먹는 것도 아니다. 그저 소나무 껍질을 지지 삼아 소나무 키를 자기 키로 삼아 공생하고 있을 뿐이었다. 소나무는 빛을 확보하려 키를 늘리고 있었다. 그리고 아랫가지들은 떨구어서 자체적인 가지치기를 하며 좀 더 꼭대기 가지와 잎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보아야 했다. 인제의 숲 속은 햇볕 경쟁이 치열하였다. 높이를 추구하는 경쟁에 담쟁이 키도 덩달아 높아졌다. 숲은 높아져서 희미한 깊이를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