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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by 김알옹

요즘 워낙 인기가 많은 책이라 찾아서 읽어봤다. 어디서 본 제목이라고 느끼고 있었는데 <음악소설집>에 수록된 소설의 제목이었다.


감상: '신자유주의 호러'


어느 날 직장 동료가 “그럼 더 상급지로 간 거야?”라 물었을 때 쉽게 대답 못한 건, 요즘 부동산 채널에서 유행하는 상급지니 하급지니 하는 말도 그때 처음 들은 데다 순간 자신이 개천의 물고기가 된 기분이 들어서였다. 거주지에 따라 ‘급’이 아니라 ‘종’ 자체가 나뉘는.


이런 소재다. 씁쓸한 현실을 외면하고자 읽는 소설에서 다시 현실을 마주하는 공포.


수록된 모든 작품들이 자본주의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소재와 문장들로 가득 차있다. 돈이 없어서 힘들게 사는 등장인물들이 어쩌면 나도 한 번쯤은 해봤을 법한 행동이나 생각들을 보여주는데 읽는 내가 괜스레 부끄럽고 힘들고... 고고하게 물 위에 떠있는 백조의 모습만 보고 싶은데 이 책의 작품들은 미친 듯이 발버둥 치는 물속의 모습만 보여준다. 왜 책을 다 읽고 나니 내 작고 소중한 집이 이렇게 초라해 보이고 내 속물근성이 투영되어 보이는지 모르겠다.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고 썰어대는 정유정/정해연 작가님 류의 스릴러물만 읽기 힘든 게 아니었구나...


AKR20230705020200003_04_i.jpg 강변북로를 달리며 건너편 반포 한강변의 아파트들을 바라보며 우리가 마음속으로 하는 생각들이 활자로 눈앞에 등장하는 순간


작품 해설로 신형철님의 평론이 말미에 수록되어 있는데, '김애란은 사회학자다'라는 말에 무척 공감했다. 소설은 현실의 거울이라 이런 자본주의적 내용들이 들어가는 게 맞지만 불편함은 어쩔 수 없었다. 소설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걸 읽는 나와 내가 사는 세상이 잘못된 것 같다. <이중 하나는 거짓말>에서 힘든 가족사를 헤쳐나가며 희망을 주는 청소년들이 나중에 성장하면 이런 암울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니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세상인가.


전세사기로 고통받는 사람들, 물류창고에서 착취당하는 일용직 노동자들, 자가를 가져보려고 아등바등 먼 출퇴근길을 오가는 사람들, 계급의 사다리를 어떻게든 올라가 보려는 사람들, 회사를 그만두고 꿈을 이뤄보려고 자영업을 시작하지만 곧 좌절하는 사람들, 돈 앞에서 순수한 마음을 지켜보려는 사람들.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잘못된 삶을 사는 게 아니라는 걸 사회가 인정해 주고 손을 내밀어주면 좋겠다. (이러니까 내가 부자가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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