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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영 Sep 01. 2021

몸의 말에 귀 기울이기

얼마 전 지방의 한 무용학원 원장이 원생들을 학대, 사망에 이르게 한 기사를 보았다. 무용치료사로서 무용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더 건강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예전에 누군가에게 무용치료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더랬다. 그래서 움직임을 통해 자발적으로, 창의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면서 심리적인 어려움들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더니 그럼 무용하는 사람들은 모두 마음이 건강하겠네? 라며 다시 물었다. 안타깝게도 나는 그러지 않다고 대답했다. 


무용치료사들이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 내담자는 무용가들이다. 움직임 표현은 어느 누구보다 멋지고 화려하지만 그 움직임 모두가 자신을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훈련된 움직임들이 자기를 덮어버린 것이다. 나 역시 무용치료사가 되는 과정에서 나를 표현하는 움직임이 쉽지 않았다. 막춤이 부끄럽고 창피했던 것 같다. 다리를 높이 들어올려야만 할 것 같고 멋지게 점프를 해주야 할 것만 같은 움직임들이 자유롭게 나를 표현하는 움직임들보다 앞서거나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지금은 무용전공자가 아닌 사람들과 추는 막춤을 가장 사랑한다. 조금 우스꽝스럽고 서툴더라도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이들이 얼마나 용기 있고 건강한지 알기 때문이다. 

예배시간에 뒤쪽에 앉아 찬양하는 모습을 보면서 웃음 짓던 때가 생각난다. 음악이 나오고 리듬에 맞춰 노래를 부르면서도 몸은 절대 움직이지 않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음악이 나오면 자연스레 나도 모르게 손가락을 까닥이거나 발을 까닥이게 된다.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이거나 상체를 좌우로 혹은 앞뒤로 리듬을 타고 있는 나와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노래를 부르면서 온 몸을 정지상태로 유지하는게 어려운 나로서는 정말 재밌는 광경이다. 

무용치료사로서 사람들이 몸의 말에 더 귀를 기울여주기를 바란다. 기분이 좋을 때 체면 차린다고 표현하지 않거나 마음이 만신창이이면서 겉으로는 괜찮은 척을 할 때 우리의 마음과 몸은 점차 분리된다. 삶이 건강하려면 몸과 마음이 통합을 이루어야한다. 우리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해보자. 기분이 나쁘고 화가 난다면 바닥에 발을 쿵쿵 굴러보자. 베개를 샌드백 삼아 주먹으로 쳐보는 건 어떨까? 기분이 좋다면 살짜쿵 폴짝 뛰어보자.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당기며 ‘예스!’하고 외쳐보자. 각자가 다 자기를 표현하는 방법들이 생겨날 것이다. 멋진 테크닉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훈련된 테크닉으로 자신을 속이거나 자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특히 무용하는 사람들이라면). 자신의 마음에 빗장을 걸어두고 터져나오는 감정들을 온몸으로 막아내고 있다고 착각하는 순간 여기저기서 문제들이 새어 나오다가 걷잡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바로 지금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몸으로 표현해보자.(분노조절장애같은 과도한 표현은 다음에 얘기하기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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