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요, 엄마

[ Prologue ]

by EUNJIN


모두가 이웃이되 아무도 내 이웃이 아닌

서럽고 서툴고 낯선 서울생활 10년

3주를 머무르며 3년처럼 갑갑해하시던 어머니

새벽이 되면 300km가 넘는 길을 홀로 달려

당신의 텃밭으로 돌아가시는 늙은 어머니

오늘따라 유난히 어머니의 바지춤을 놓아주기 버거운데

옷 보따리 들쳐 매고 따라나서지 못하는

죄송스런 마음 뭉쳐 마른침으로 삼켜 넘기고

늙은 어미 뒷모습이 까끌거려 두 눈 질끈 안타까움 발끝으로 비벼 뭉개고

정들지 않는 이 도시에 나 또 남아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궁금해서

나도 궁금해서

그냥 그렇게 문득 궁금해서

주인 잃고 눈치 없는 tv마냥 주저리주저리


염색약이 훑고 간 까만 머리 아래로

쭈뼛쭈뼛 비어져 나오는 얄궂은 휜 머리

나에겐 그 머리도 그리움인데

당신에게 그 머리는 천덕꾸러기

하얗게 바랜 지난 세월 생각만으로도 숨이 차

곤히 잠든 늙은 어미의 거친 숨소리가

서럽고 또 서럽다.


어젯밤 문득 잠든 당신을 보니

옆으로 눕는 내내 떠오르던 그 단어, 서럽고 또 서럽다.


잘 가요 엄마.

나는 또 여기 서울에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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