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달라질 예정

[근사한 생각 no.8]

by 아트필러

내가 진지하게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다 읽고나면 인생이 달라질 거라고 했더니 주변에서 웃었다. 그리고 내 주변에는 그 책을 완독한 사람이 없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춘 상태에서 시작하는 건 불가능하고 오히려 일을 망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니 어쨌거나 저쨌거나 일단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 해나가야 할 것이 많다는 사실은 그만큼 오래 나를 자리에 앉혀 놓을 수 있다.




SNS는 사람을 음침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다. 예전 같으면 그냥 애인 있냐고 물어보고 말 텐데, 지금은 어떻게든 그 사람의 SNS를 통해 정보를 얻어내고자 한다. 훨씬 쉽고 덜 상처받을 수 있는 방법인 건 맞다. 하지만 접속 기록을 지우고 그 사람 앞에서 SNS를 보지 않은 척해야 하는 구차함은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글을 쓸 때 ( )를 정말 많이 쓰는 편인데, 보기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항상 덜 쓰려고 노력하지만 어쩔 수 없이 자꾸 덧붙이게 된다.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를 너무 좋아하는 탓이다. 그녀의 책을 읽을 때마다 문장을 소리 내어 읽으면서 혼자 깔깔 웃게 된다. 만화나 책으로 사람을 웃기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가끔 진지하게 나와 뉴런이 일부 공유되어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의심한다.




합정과 당산 사이, 2호선 지하철은 계속 어두운 지하를 달리다가 어느새 한강을 지나간다. 탁 트이고 다리와 강, 고층 건물과 번쩍이는 불빛들. 서울을 사랑하게 되는 풍경 중 하나다. 다들 잘 모르고 지나치거나 우연히 그 풍경을 마주친다. 나는 항상 그 구간이 되면 하던 일을 멈추고 차창을 응시한다. 어두운 지하가 계속되다 살짝 밖으로 나갈 듯하다가 다시 어둠이 계속된다. 그렇게 실망할 때쯤 한강의 풍경이 나타난다. 그 기다림의 과정이 어떤 인생의 비유 같아서 그 시간이 기다려진다. 지하의 불빛이 계속되어도 언젠가 나타난다는 믿음이 주는 즐거움이 있다. 그리고 매번 인생에서 스스로를 그렇게 믿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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