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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cedie Nov 25. 2017

더 이상 사랑을 말하고 싶지 않을 때.


11. 더 이상 사랑을 말하고 싶지 않을 때.



이미 지나가 버린 봄부터 여름까지의 나,





  더 이상 무엇에 대해 써야 할지 모르겠다. 어떤 말로 사랑을 이어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게 가능한지도 모르겠고. 중요한 것은 더 이상 사랑을 말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한동안 사랑에 관한 모든 것은 쳐다보지도 않으려고 했다. 그런 글들을 읽지 않았고, 사랑의 관해서는 보지도, 듣지도, 읽지도 싶지 않았다. 그런 나날들이 흘러갔다. 아픔은 이제 너무 무뎌져서 실연과 헤어짐의 아픔도 내게 아무런 감흥도 불러오지 못했다. 그러니 더욱더 사랑에 관해서 쓰고 싶지도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사.랑’과 조금이라도 가까운 것들은 내게서 배제되었다. 그런 날들을 지내고 있었다.


  그런 날들이 갑자기 온 것은 아니다. 서서히, 조금씩 다가왔다. 더 이상 사랑에 대해서 말하고 싶지 않은 날들 이전에 사랑하려 했으나 사랑하지 못했던 날들이 많이 있었다. 그런 날들로 인해서 더 이상 사랑을 말하고 싶지 않은 날들이 도래했다. 사랑을 말하지 않는 날들이 있다면 그건 내게 무채색이 날들의 연속에 불과하다고 생각했고 나는 상처 입고 고통스러웠음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려고 노력했다. 사랑할 수 있다면, 사랑할 수 있는 순간이 주어진다면 다시 사랑하고자 했다. 그래서 나는 사랑을 했었다. 한 사람을 만나서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을 불안 속에서도 기꺼이 안아보고자 노력했고, 그 노력들이 사랑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던 나날들을 보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불안함은 불완전함으로 끝났고 그 불안은 사랑으로 감싸 지지 않고 결국 불안으로 남았다. 그 후, 많이 아팠지만 나는 사랑하고 사랑으로 상처받은 나날들을 부정하려 하지 않았다. 그 상처와 아픔을 다 안아보려고 바둥바둥거렸다. 내게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사랑의 나날들을 부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 아픔 이후에도 나는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지만, 나를 둘러싸는 세계가 내게 사랑을 포기할 것을 촉구하는 것만 같은 사건들이 일어났다. 사람에게 여러 번 상처받고 타인을 믿지 못하게 하는 사건들이 나에게 계속해서 일어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가 너무 상처를 많이 받아서 그래.”라고 나를 다독이며 사람을 다시 믿고 사랑해보려고 했지만, 다시 버림받고 상처받았다. 외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내 상처에 딱지가 채 아물기도 전에 다시 한번 나에게 들이닥쳤고 상처가 난 자리에 더 큰 상처와 아픔을 주며 상처를 아물지 못하게 만들었다. 몰아치는 폭풍과 같은 사건들에 의해서 나 자신조차 지탱할 수 없을 것 같은 나날들이었다. 나는 살아남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사랑을 버리기로 했다. 더 상처받고 버림받는다면 나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마음속으로 수없이 다짐하게 되었다. 


  가끔은 너무 많이 사랑하는 일들이 너무 아픈 일이 되고, 너무 많이 사랑했던 나날들이 나를 너무 많이 울게 한다. 사랑으로 상처받는 일들을 사람을 믿지 못하게 하고, 사랑을 믿지 못하게 한다. 나는 더 이상 사랑을 말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사랑이라는 환상을 좇아 
무너진 세상 안으로 들어왔는데, 
그 목소리는 바람 속 순간에 불과하고(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겠고) 
곧 절망스러운 선택만이 남는구나 

-하트 크레인, 「무너진 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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