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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n Money in New York Apr 23. 2023

비 오는 날 아침에 갑자기 눈이 떠지면

모닝커피 모닝 글쓰기


일요일 이른 새벽 사무실로 출근했다. 그저 눈이 떠졌다. 봄이라 화분에 심어놓은 라벤더와 팬지가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한 후  동네 빵집에서 미리사둔 시골빵과 버터를 챙겨 왔다.


가볍게 음악을 틀고 자리에 앉아 끄적거려 본다.

어제 미처 끝내지 못한 일들과 오늘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생각한다.

작품 창고에 갑자기 늘어난 작가님들의 작품으로 파일 업로딩이 늦어지고 있는데 직원들의 일처리는 내 마음 같지가 않다.

몰아붙여야 하나? 아니면 다독거려 가며 차근차근 설명해줘야 하나?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


그나저나 프레데릭 브룰리 보아브레(Frederic Bruly Bouabre, 1923-2014) 작​가님의 전시준비와 자료를 만드느라 설레는 마음을 주체할 길이 없다. 작가에 대한 스토리는 브런치에 얼나전 게재 한 적이 있다. 그는 코트디 부아르의 베테언어 창조자 이자 화가인 역사적인 인물이며 베니스 비엔날레, 카셀 도큐멘타 등 무수히 많은 중요한 전시들에 참여하며 이미 세계적으로 알려진 분이다. 작가님은 이미 작고 하셨지만 이렇게 대단한 분을 우연히 만나기도 쉽지 않은데 그의 가족들과 아주 긴밀히 연결되어 버렸다. 이작가님을 알게 된 것은 작년 뉴욕에서 열린 한 아트페어에서였다. 그저 작품이 좋아서 유심히 보고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때마침 모마에서 대규모 전시를 개최 중이었다. 이후 잊고 지내다 그의 가족 재단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온라인을 통해 ART NYC에 대한 활동 정보를 꾸준히 지켜보고 있었다며 아버지의 작품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곳과 함께 하고자 한다고 말이다. ART NYC는 작품 매입을 추진했고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접근하기로 하였다. 프레데릭 브룰리 부아브레 작품에서 나타나는 문자언어와 시각언어 간의 다양한 관점과 특징들을 연구한 논문 자료가 이미 다수 존재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연구 자료를 생산해 내려고 한다. 자체적인 전시는 물론이고 정기적인 세미나와 학술 연구등으로 작품의 가치를 검증하는 절차를 지속적으로 진행하면서 구하기 힘든 그의 오래된 유품들과 사소한 기록들을 한데 모아 미술관 수준의 전시를 진행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작가님은 자녀들이 아주 많은데 그의 아들들은 아버지의 작품이 멋지게 전시되는 것을 누구보다 보고 싶어 한다. 이 프로젝트는 많은 돈과 시간이 들 것이지만 이미 미래는 정해졌다. ART NYC​는 이것을 해낼 것이다.


이렇게 기회는 우연히 찾아온다.


어젯밤부터 뉴욕에는 비가 내린다. 깨끗하게 씻겨진 공기와 거리가 아주 마음에 든다.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일요일만큼은 여유롭게 책도 읽고 요가를 하며 심신을 달래려고 마음을 먹지만 이렇게 일찍 눈이 떠지는 날에는 뉴스 몇 자락 읽고도 새로 해야 할 일이 마구 떠오르니 어쩔 도리가 없다. 눈뜬 지 두 시간 만에 참여해야 할 세미나가 생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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