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줍짢은 위로 대신 욕설을

by 한찬희

언제나 의문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자기계발서에서는 자신에게 칭찬을 하라는 둥, 용기를 불어넣어 주라는 둥, 저로서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이야기들만 늘어놓고 있더라고요.

정말 저게 효과가 있다고? 나름대로 시도를 해봤습니다. 진심으로 나를 위로해 주면 달라지는 게 있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도 많이 했죠. 좋아, 한번 해보자.

"나는 지금 충분히 잘 해내고 있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남들과 비교하지 말고 나만의 속도로 가면 돼. 그동안 열심히 살아왔고 앞으로도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오늘 하루도 수고했고, 잘 버텼고, 고생했다 나 자신아."

진심으로 나에게 해 준 말이었습니다. 역시나 아무런 느낌을 받을 수가 없더군요. 딱히 힘든 상황이 아니어서일까요? 아니면 말만으론 나아지는 건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어서일까요. 한 번에 알겠더라고요. 아, 이 방식은 나에게는 안 통하는구나.

그렇다면 저는 저에게 어떤 말을 해 주고 있을까요?

힘듦이 닥쳐올 때 저는 저에게 욕을 합니다. 그것도 굉장히 많이요.

최근에 러닝을 하며 겪은 일입니다. 10km를 목표로 달리고 있는데, 7km쯤 달리면 그만 뛸까 하는 유혹이 밀려오기 시작합니다. 참 이상하죠, 분명히 더 뛸 수 있는데. 그 순간 저는 저에게 욕을 퍼부으며 이겨냅니다.

"뭐해 병신아. 겨우 이 정도밖에 안 돼? 힘들어? 그럼 멈춰 병신아. 햇빛 쨍쨍한 날씨에 왜 사서 고생을 쳐 하고 있는 거야. 그냥 멈추고 관둬. 고작 이 정도밖에 못할 거면서 뭘 한다고 니가."

이런 식으로 말이죠. 가장 중요한 건 직접 말로 꺼내는 겁니다. 생각만으로는 별 효과가 없더라고요. 욕을 먹는 기분이 들어야 합니다. 계속 욕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반문을 하기 시작합니다.

"닥쳐 병신아. 내가 이거 하나 못할 것 같아? 좆도 아닌거가지고 자꾸 뭐라 그러네. 10km? 뛸게 내가. 못해서 안하는줄 아나. 뛰기만 해 뒤졌다 너."

욕을 먹은 게 화가 나서일까요. 반드시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강해지기 시작합니다. 결국 저는 나 자신과의 싸움 끝에 10km를 완주하고야 맙니다.

위로가 아닌 욕설이라니,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저에게는 그것이 진심입니다. 그 말이 저를 일으켜 세우고 다시 한 발 내딛게 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어떤 말이냐가 아니라 그 말이 나를 실제로 움직이게 할 수 있느냐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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