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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영 Aug 16. 2023

매일 같은 것만 그려요

엄마들은 미술을 잘 모른다고 했다



매일 같은 것만 그려요.


“아이가 매일 같은 것만 그려요.” 많은 엄마들은 걱정했다. 

아이는 왜 같은 것만 그릴까. 이 질문에 답은 간단하다. 아이가 그 대상을 좋아하기 때문.

가장 좋아하는 것을 그리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미술교육학자 로웬펠드는 아이들은 동기화 된 것만을 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것을 계속 그리는 것은 자신의 감정과 정서로부터 안전한 도피를 나타내는 것이라 했다. 계속 같은 것을 그리는 것, 어떤 비슷한 틀을 ‘도식’이라 부른다. 이 도식은 아이가 필요할 때 반복하여 사용하는 아이만의 개념이다. 

자주 그리는 그림스타일이 바로 도식이라 이해하면 쉽겠다. 아이는 그리고 싶은 것을 반복하여 그림으로써 심리적 안정을 얻고 있다.


그런데 만약 아무런 관련 없는 기호 같은 것을 반복한다면 그것은 틀에 박힌 표현이 될 수 있다. 아이와 관련없는 색칠공부책에서나 보았을 기호 같은 그림인지, 아이와의 친밀한 대상을 그리는 것인지 구분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호 같은 그림은 해, 꽃, 나무, 구름 등 누구나 봤을 법한 색칠공부나 교재에서 볼 수 있는 도식화된 도형같은 형태를 말한다)     


그래도 이런 걱정은 좀 든다. 아무리 좋아하는 것이라도 매일 같은 것만 그려서 그림이 늘지 않으면 어떡하지? 그런데 같은 것만 그려도 그림은 는다. 그림을 안그리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 같은 것만 그리는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     


그래도 우리 마음은 좀 다양한 것을 그렸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그렇다면 여기 쉬운 방법을 소개한다.

자동차만 그리는 아이에게는 일단 아이가 좋아하는 자동차를 그리게 두자.

그 다음 발문을 하며, 대화 나눈다.

이 자동차에 누가 탔어?
그 사람은 뭐하고 있어? 
이 자동차는 어디가고 있어?

이 곳에 날씨는 어때?
 여긴 어디야? 저기로 가면 뭐가 있어?
 이 자동차에선 무슨 일이 생길까

아이 그림을 매개체로 대화 나눈다면, 분명 그림이 확장될 것이다.      


아이는 자라면서 관심사가 바뀔 거고, 그땐 ‘다른 것’을 또 계속 그린다. 좋아하는 거니까. 

그리고 싶은 동기가 있으니까. 

여기서 잘 기억할 것은 같은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아이의‘스타일’이다. 아이의 개성이다. 어쩜 이 아이가 자동차만큼은 다른 아이보다 전문가 수준으로 일 수도 있는 것. 아이의 그림을 잘 수집해 본다면 같은 그림에서 성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이의 그림을 단점으로 바라보기보다 장점으로 바라본다면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갖출 거라 믿는다. 마치 이 분야의 전문가처럼. 그 어떤 아이보다 곤충을 잘 그리는 전문가. 그 어떤 아이보다 공주를 잘 그리는 전문가.     


나도 아들이 자동차만 그려서 걱정이 났다. 미술선생인 나도 뭔가 다양한 그림을 아이가 그리길 내심 바랬다. 아이는 그림의 형태를 알아볼 만한 시점부터 지금의 수준이 되기까지 수많은 탈 것을 그렸다. 구급차 소방차 경찰차 같은 구조대를 시작으로 학장해갔다. 헬리콥더, 잠수함, 군인, 포크레인, 기중기, 굴착기 등


어려서부터 소방차를 비롯한 각종 탈 것을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남편은 상자로 소방차를 만들고 놀았다. 욕실 벽에 물감으로 불을 그리고 호수를 사용해 물을 뿌리며 불을 끄는 놀이를 했다. 근처 소방서를 데려가 실제 소방차를 보여주고 공사장의 크레인을 최대한 가까이에서 보여주며 아들의 관심사와 함께 했다. 우리 부부는 아들의 다른 그림을 물론 기다리긴 했지만 매일 같은 것만 그리는 것에 뭐라하지 않고, 인정했다. 


그렇게 자라 매해 자신의 주제, 관심사를 그린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 사실 이게 미술 아닌가. 미술은 거창하고 대단히 완벽한 작품이 아니다. 우리는 삶에 예술이 들어오길 바라면서, 일상에서 그리는 아이의 관심사를 미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이의 주제를 미술로 바라보자.     

올해 아들의 주제는 아이언맨이다. 마블에 빠진터라, 일년 동안 아이언맨을 그린다. 오히려 한가지 주제를 열심히 그렸더니, 그림은 늘고 있다.


많은 화가들도 같은 것을 계속 그려서 화풍을 만들어갔다. 세잔은 사과와 산을 무수히 그렸다. 드가는 발레리나만 끝도 없이 그렸다. 앙리루소는 독학으로 정글만 그렸다. 끝내 그 만의 정글화라는 장르까지 개척했다. 미술가들도 끊임없이 같은 것만 그려서 자기만의 개성, 스타일을 추구했다. 오히려 다양한 것을 그렸더라면 감동을 주지 못했을수도, 기억되지 않았을수도 있다. 남들이 뭐라 하든 자신의 주제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도전한 결과 그들의 작품은 예술이 되었다.

우리는 예술가가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을 그들의 그림으로 만난다. 우리 아이는 지금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까.

    



매일 같은 것만 그려요





미술을 가르치고 공부하고 연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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