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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허하기로 함_그렇다고 하는 일상

by 양해연


5월 7일 오늘은, 월요일 같은 수요일이었다.

5월 5일이 어린이날과 석가탄신일이 겹친 월요일이었고, 다음날이 대체 휴무일로 이어진 연휴가 끝난 첫 평일이었기 때문이다.


5월 6일 어제는 어린이날 다음날이었고, 대체공휴일이었다. 나와 초1 아들 신비는, 졸업한 유치원의 (모처럼 모두가 성향이 맞는, 아니 내가 ‘특별히 애정하는’ 이 더 어울리겠다) 친구들 넷이 모여 롤러장에 다녀왔다. 안주 하나 없이 건전한 롤러장이었지만, 내부에 울려 퍼지는 음악의 볼륨과 어두운 조명 때문에 앉아있자니 마치 10년도 더 전쯤의 대학가 먹자골목의 호프집을 연상시켰다. 덕분에 엄마 넷도 말을 할 때, 볼륨을 한껏 높여야 했다. 그래도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모두가 목청을 올리는 일에 서슴이 없었다. 그래도 어쩐지 아주 편안했던 시간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토록 평범함과, 이쁜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키우는 보호자들의 존재 덕분에 꽤 행복한 때였다.



4월 28일인 그보다 더 지난주 월요일은, 오랜만에 호된 바이러스를 앓은 아들과 함께 한 병원 입원생활이 있었다. 3박 4일은 길고도 짧았다. 지루하고 답답해서 길었는데, 매일 하는 게 너무 똑같아서 마치 통째로 하루 정도의 시간 같기도 한 것이다. 아이가 많이 아플 땐 정말 불안과 긴장의 정도가 120% 정도를 뚫는 것 같다. 거의 생존본능으로 겨우 정신을 차리고 그나마 낫다고 생각되는 일련의 행동들을 하며 버티는 것 같다. 입원을 결정할 정도의 상황에 가서는 더욱더 그렇다. 어린이 병원 생활을 퇴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며칠 째 혼돈의 꿈자리를 헤매다 조금씩 헤어 나오던 참이었다. 롤러장의 하루는. 그 끝자락이자 새로운 일상의 시작즈음에 만난 인연이라 더욱 행복했는지도 모르겠다.



다시 5월 7일 오늘, 아이가 하교를 하고 오는 시간에 딱 맞춰 학교에 도착했다. 어디서나 시간을 지키는 것을 좋아하고, 반대로 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행위를 아주 싫어하는 아이의 성향을 맞춰보고자, 오늘은 나도 한번 더 나를 내려놓았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을 줄이고, 해야 할 일들만 재빨리 해치운 채, 발걸음을 빨리 하여 하굣길에 시간을 딱 맞춘 것이다.



무거움이란 없는 아이의 평범한 표정을 보고 나의 평범해서 정말 겸허하기로 한 일상이 비로소 시작되는 기분이었다. 나는 분명히 지난주에, 축 쳐진 아이를 가로로 들쳐 안고 입실한 좁은 병실 안에서 다짐했다. 이 병원을 나가는 순간 주어진 ‘평범한’ 일상에 겸허해지겠노라고. 끊임없이 감사하겠다고. 평일에 주어진 그 시간은 짧지만,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라고. 감사하겠노라고 다짐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그렇게 더욱 느끼려고, 솔직히 '애를 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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