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 들어줄게
그녀는 요즘 옹알이 중이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면 분유가 잔뜩 묻은 입술을 삐쭉 내밀고 잠시 멍하시다가 이내 웃음 짓는다.
“아이고 우리 공쥬님 맘마가 맛있었어요?”
“(웃음)”
마음이 살살 녹아내린다는 표현은 이런 상황에서 어울린다. 질문을 시작한 나는 그녀에게 계속 말을 걸며 그녀의 웃음을 기다린다. 아마 갈구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 그녀의 미소를 보고 있자면 세상의 모든 근심을 잊을 수 있다. 행복한 순간이 확보되는 것이다.
웃음 뒤에는 다시 무표정이 찾아오기 마련인데, 요즘은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낸다.
에헤, 캬우, 호오 등등의 소리가 떠오르지만 언어로 쓰려고 하니 영어 발음기호가 절로 떠오를 만큼 표현하기 어려운 소리다.
옹알이를 시작한다 싶으면, 그녀는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와 나눈다.
“지아 무슨 말이 하고 싶어요?”
“에웅에웅”
“응 그랬어? 그래서… 어떻게 됐어? “
“꺄아아아아”
“하고 싶은 말이 많아요?”
“키요옹”
듣다 보면 나중엔 꼭 이런 말을 남기게 된다.
“아빠가 다 들어줄게. 편하게 이야기해.”
말을 내뱉고 나면 미래에도 이런 태도를 지닌 아빠가 되어야 할 텐데 하는 염려를 하게 된다. 세상의 모든 부모가 방법을 몰라서 자녀와 관계가 소원해지는 것은 아닐 텐데, 나도 그런 모습을 답습하진 않을까 우려가 앞서는 것이다.
그녀는 여지없이 내 말을 듣곤 함박 미소를 지어준다. 이럴 때 눈물이 난다. 내 마음을 읽어주고 잘 될 거라는 위로의 미소라 생각된다.
“지아야, 아빠는 가끔 지아를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나. 슬프거나 힘들어서 나는 눈물이 아니야. 오히려 행복해서 나는 눈물에 가까워. 다른 건 바라지 않아. 건강하게만 자라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