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사랑해요
친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화요일 오전 급하게 소식을 듣고 내려와 3일간 빈소를 지켰다.
편안한 모습으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가 할머니를 이제 볼 수 없다는 아직 체감되지 않는 사실을 덮어두는데 조금 도움이 됐다.
누군가에게도 그렇겠지만 할머니는(사실 ‘할매’라는 표현이 더 익숙하다) 손자인 나에게 많은 사랑을 주셨다. 학창 시절 방학 때면 사촌들이 할머니 댁에서 한동안 보내는 건 당연한 일이었는데, 할머니는 그 많은 손자들을 하나같이 잘 챙겨주셨다.
‘니 기억나나? 할머니가 니가 하루라도 집에 오면 입고 온 옷들 다 빨아서 다림질까지 해주셨던 거. 할머니가 니를 그렇게 좋아했다.‘
빈소에서 고모가 회상한 이야기는 할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떠오르게 했으며, 덩달아 다 흘렸다고 생각했던 눈물도 채워줬다.
‘지아야, 증조할머니가 돌아가셨데. 지아를 봤으면 할머니가 엄청 좋아하셨을 텐데, 너무 아쉽네…그런데 할머니는 좋은 곳에 가셨을 거라서 아빠는 많이 슬프진 않아.’
내 독백은 금방 맘마를 먹은 지아를 앞에 두고 한 이야기였지만, 할머니 빈소에서 수 없이 되뇌었던 이야기들이었다. 계속 그렇게 이야기하고 싶었나 보다.
‘지아야, 아빠는 할머니가 다른 세상에서는 편안하게 지내셨으면 좋겠어.‘
바둥바둥 거리며 모빌을 보던 지아가 싱긋이 웃어 보였다. 덩달아 나도 미소가 났다. 그녀의 미소는 내 맘을 어루만져주었다.
‘할매, 가신 곳에서는 편안하게 지내세요. 자식 걱정은 다 잊고 할아버지랑 알콩달콩 행복하게 지내세요. 5일째 할머니 빈소에 가던 날 묘소에 가까워졌을 때 그 차가운 날씨에도 차를 뚫고 들어오는 따스한 햇빛을 보고 할머니라 느꼈어요. 할머니 손자라 행복했습니다. 할머니께 받은 사랑 소중히 여기고 지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