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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직업은 사람

SNU행정담론 ep#006

by 정현 Jun 17. 2021

내 직업은 사람입니다.

나는 (세상)이라는 직장에 다니고 있는 사람입니다.


우리 직장에는 많은 동료들이 있습니다. 

사람, 고양이, 강아지, 참새, 코스모스 꽃, 무당벌레...

불교에서 말하는 삼라만상 천태만상으로

우리 직장에 다니고 있습니다.


우리 세상엔 나와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이 참 많습니다.

그들의 살아가는 모습이나 행동에 따라 그들 앞에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나쁜 사람  좋은 사람  멋진 사람  음흉한 사람  키 큰사람  뚱뚱한 사람  게으른 사람  무서운 사람...

그중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사람은 겉과 속이 다른 사람입니다.


나는 살면서 어떤 타이틀을 앞에 달며 지내왔을까요?

아주 작은 꼬마였을 때 나는 깡마른 빵돌이 사람이었습니다.

깡말라서 동생과 함께 찍은 사진이 그걸 증명하더군요.

빵을 좋아하면서도 깡마른 나를 우리 이모는 빵돌이라 불렀습니다.

중학시절 나는 학교 모자에 달린 노란 중(中) 자 마크에 광약을 발라 반질반질 하얗게 빛을 내며 연금술사 흉내를 내던 호기심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지금 나는 어떤 사람일까요?


지금의 나는 꽤 오래 다닌 사무실에서 이사할 준비를 하는 사람입니다. 

다른 이들은 퇴직이라 하더군요.

그래서 요즘 나를 만나면 대부분이 이렇게 묻습니다.

'나가시면 머 하실 건가요?'

걱정과 궁금함이 함께한 물음이겠지요.

어쩌면 묻는 그들도 그때를 맞이할 테니 스스로를 앞당겨 걱정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궁금함은 몰라도 걱정은 접어도 되겠습니다.

나는 지금껏 한 번도 바꾼 적 없는 직업을 계속할 테니까요.

나는 지금처럼 사람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살 겁니다.

삶이라는 직장도 그대로 일 테고요.

다만 사무실과 담당업무가 좀 바뀌겠네요.


사무실(운동장)을 좀 넓게 쓰려고요. 

온 동네가 내 운동장이 될 테니 내가 쓰는 사무실이 더 넓어지겠지요.


담당 업무는 바꾸어야겠습니다.

지금껏 오랫동안 '해야만 하는 일'이 산더미라서 해치우기 바빴는데

이젠 '하고 싶은 일'을 쌓아놓고 느긋하게 해 보려고요.


내 직업 '사람'은 참 좋은 직업입니다.


태어나서 지금껏 나는 이 직업을 바꾼 적이 없지만

것을 바꿀 수 있다면

아마도 세상(삶)이 뒤집어지겠지요?

뒤집어진 세상에서 살아보고픈 호기심으로

한 번쯤 직업을 바꾸고 싶기도 합니다.


(출처: pixabay)(출처: pixabay)

내가 만약 직업을 바꾸어 '호랑이'가 된다면

나는 처음 무엇을 하게 될까요?


나도 궁금합니다.

내가 어떻게 호랑이로 살아갈까요?


한 가지 바람이 있습니다.

나는 겉과 속이 다른 호랑이는 아니었으면 합니다.


겉과 속이 다르면 사람도 무서운데

그것이 호랑이라면 얼마나 더 무서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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