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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진욱 Apr 24. 2022

꽃은 입을 닮았다

모든 꽃들은 입을 닮았다

그래서 가까이 가 보면 소리가 들린다

바람 소리  꿀벌의 속날개 소리

나비가 더듬이로 더듬거리는 소리

그 소리들이 모여서

그 소리들이 화음을 이루어

사랑해요 사랑해요

무더기 무더기로 봄 바람에 메아리친다

물고기도 물가로 나와 벙긋거리고

하늘에서 뭇새들이 아이들처럼 이리저리 여기저기 정신없이 요란하고

땅엔 새싹들이 연두빛 머리 내밀고

나무엔 새순이 묵은 껍질을 젖히며 인사한다

그래서 세상은 생기가 돌고

그래서 세상은 싱싱해지고

그래서 세상은 풍성해진다

그들도 모두가 입을 가졌다

그 입으로 나지막히 또는 소리 높여 서로서로 제각각으로

사랑해요 사랑해요 나도 사랑해요

온 천지가 시끄럽다

세상은 지금 온통 꽃이다

나도 지금 꽃이다

온몸으로 온몸으로 꽃이다

그대가 눈에 보이건 보이지 않건

아니 꿈길도 닿지 않는 아득한 나라 어디에 있건

온몸으로 온몸으로 나는 그대의 꽃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꽃이다

봄을 맞는 우리는 모두가 꽃이다

누군가 보건 보지 않건

듣건 들어주지 못하건

실핏줄이 느껴지듯 가까이 있건

산맥과 바다가 겹겹이 가로막힌 아주 먼 곳에 있건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입으로 몸짓으로 온몸으로 

온몸으로 세상은 지금 봄꽃이다 가슴 터지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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