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0조(주물, 종물) ①물건의 소유자가 그 물건의 상용에 공하기 위하여 자기소유인 다른 물건을 이에 부속하게 한 때에는 그 부속물은 종물이다.
②종물은 주물의 처분에 따른다.
오늘부터 드디어 세 자리수로 들어갑니다. 감회가 새롭네요.
어제 등장한 부동산과 동산의 개념은 일상에서도 자주 쓰는 표현이었기 때문에 비교적 이해하기가 쉬웠습니다. 하지만 오늘 공부할 주물과 종물의 개념은 상당히 생소한 표현입니다. 하나씩 알아보겠습니다.
제100조는 '종물'을 물건의 소유자가 그 물건의 상용에 공하기 위하여 자신이 자신 다른 물건을 부속시킨 때에 이를 종물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표현이 굉장히... 예스럽습니다. 아무래도 표현이 너무 딱딱하여 추후 민법 개정 시에는 표현을 바꾸는 것이 낫지 않나 하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공(供)이란 이바지할 공을 말합니다. 종물에서의 종(從)이란 따를(좇을) 종입니다. '종물'이란 부수적인 물건이라는 뜻이 됩니다. 제1항의 뜻은, '물건을 가진 사람이 그 물건을 평상시에 사용할 때 그 쓰임에 이바지하기 위해서 부속시킨 것을 종물이라 한다'라는 것입니다. 이때 '부속을 당한' 물건이 바로 주물이 됩니다. 주된, 메인이 되는 물건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철수는 횟집을 운영하는 사장입니다. 그는 A라는 건물 점포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횟감을 싱싱하게 보관하려다 보니 아무래도 수족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점포 옆에 횟감용 생선을 넣어 둘 수 있는 수족관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경우 건물 '점포'가 주물이 되고, 옆에 있는 수족관이 '종물'이 됩니다. 수족관은 횟집으로 사용되는 점포의 '통상적인 사용'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판례 역시 "횟집으로 사용할 점포 건물에 거의 붙여서 횟감용 생선을 보관하기 위하여 즉 위 점포 건물의 상용에 공하기 위하여 신축한 수족관 건물은 위 점포 건물의 종물이라고 해석할 것이다."(대법원 1993. 2. 12. 선고 92도3234 판결)라고 하여, 같은 입장입니다.
이러한 논의를 정리하면, '종물'이 되기 위해서는 아래의 요건을 충족하여야 합니다.
주된 물건의 통상적이지 않은 사용에 이바지하는 것은 종물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운영하는 횟집에 놔둔 화분을 생각해 볼까요? 이때의 화분은 사실 횟집 운영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철수의 건물 점포가 횟집이 아니라 주택으로 사용되거나 빵집으로 사용되어도 화분은 그냥 화분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화분은 '횟집으로 사용되는 건물 점포'의 '통상적 사용'에 이바지하는 것이 아닌 물건이므로 종물이 아닌 겁니다.
'부속'하였다는 요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물론 어느 정도 장소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위에서 말한 철수의 횟집과 수족관이 1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다면, 양자는 그냥 별개의 물건이지 주물-종물의 관계라고는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건 무슨 말일까요? 민법 제100조에서 명시적으로 말하고 있는 요건은 아닙니다. 잘 생각해 보세요. '종물'은 물건입니다. '주물'도 물건이지요? 둘 다 물건이고, 주물과 종물이 같이 있으면 물건이 2개라는 뜻입니다. 즉, 양자는 서로 밀접한 관련은 있지만 서로 다른 독립된 물건이라는 것입니다.
횟집 점포와 수족관은 밀접한 장소적 관계에 있는 주물과 종물의 관계이지만, 서로 다른 물건입니다. 하지만 횟집 점포를 이루는 콘크리트 벽은 독립적인 물건이 아니므로 종물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해를 위하여 법적으로는 의미 없는 비유를 들자면,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은 서로 밀접한 직무상의 관계에 있지만,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인격체(2명의 사람)인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직장 상사'와 '그의 오른쪽 다리'는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으면서 하나의 인격체를 구성하고 있으므로 서로 다른 인격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건 제100조제1항에 나와 있습니다. 판례 역시 "종물은 물건의 소유자가 그 물건의 상용에 공하기 위하여 자기 소유인 다른 물건을 이에 부속하게 한 것을 말하므로 주물과 다른 사람의 소유에 속하는 물건은 종물이 될 수 없다."(대법원 2008. 5. 8. 선고 2007다36933,36940 판결)라고 하여 같은 의견입니다.
제2항에서는 종물이 주물의 처분에 따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바늘 가는데 실 간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자신의 횟집을 영희에게 팔아넘길 때에는 그 수족관도 함께 팔아넘겨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판례는 제100조제2항은 강행규정은 아니므로, 당사자 간에 별도의 특별한 합의가 있으면 종물을 제외하고 주물만 처분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종물은 주물의 처분에 수반된다는 민법 제100조제2항은 임의규정이므로, 당사자는 주물을 처분할 때에 특약으로 종물을 제외할 수 있고 종물만을 별도로 처분할 수도 있다."(대법원 2012. 1. 26., 선고, 2009다76546, 판결)
그런데 강행규정도 아닌데 왜 제100조와 같은 조문을 두고 있는 걸까요? 원론적인 측면에서 생각해 봅시다. 횟집이건 수족관이건 알아서 거래하면 되지, 굳이 민법 제100조와 같은 조문을 둘 필요가 있냐는 겁니다.
우리 민법의 태도는 이렇습니다. 서로 독립된 물건이더라도, 사회경제적인 가치의 측면에서 ‘함께 해야만’ 의미가 있는 물건들이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객관적·경제적 관계에 비추어 어느 물건이 다른 물건의 효용을 돕는 관계로 결합되어 있다면, 그 법률적 운명을 같이 하도록 ‘일체’로 취급하여 최대한 그 결합을 보전하겠다는 것이 민법의 태도인 것입니다. 이를 권리변동의 일체화라고도 부르며, 결국 제100조의 목적은 권리변동의 일체화를 통해 물건들의 사회경제적 효용을 보존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김용덕, 2019). 조문의 취지를 이해하시면, 제도를 이해하는 것이 좀 더 수월할 것입니다.
오늘 공부한 주물과 종물의 개념은 앞으로도 종종 등장할 것입니다. 특히 나중에 공부할 저당권 파트에서도 등장할 것이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제358조(저당권의 효력의 범위) 저당권의 효력은 저당부동산에 부합된 물건과 종물에 미친다. 그러나 법률에 특별한 규정 또는 설정행위에 다른 약정이 있으면 그러하지 아니하다.
내일은 천연과실과 법정과실에 대하여 공부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 총칙2(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19, 319-320면(김종기).
19.9.27. 작성
22.11.22.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