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조(처분을 허락한 재산) 법정대리인이 범위를 정하여 처분을 허락한 재산은 미성년자가 임의로 처분할 수 있다.
제5조를 공부하면서 편의점을 운영하시는 분들은 이런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아니, 그러면 초등학생들이 와서 과자 사가는 것도 나중에 다 취소할 수 있다는 건가? 그럼 초등학생들한테 뭘 믿고 과자를 팔 수 있나?"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하여 제6조가 있습니다. 제6조는, 법정대리인이 범위를 정하여 처분을 허락한 재산은 미성년자가 임의처분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아들 철수에게 "이번에 기말고사 1등을 했으니, 용돈으로 80만 원을 주겠다. 네가 갖고 싶은 거 아무거나 사라."라고 했다고 합시다. 철수는 신나서 컴퓨터 판매업자 영희를 만나 80만 원짜리 컴퓨터를 삽니다. 이때 철수의 거래는 법정대리인("아버지")이 범위를 정하여("80만 원") 처분을 허락("너 갖고 싶은 거 아무거나 사라")한 결과 이루어진 것이므로, 함부로 취소될 수 없고 또한 유효한 것입니다.
우리의 판례는 이러한 법정대리인의 '허락'이라고 하는 것이 명시적으로 "너에게 ~한 금액을 ~한 곳에 사용하도록 허락한다"라고 굳이 말로 하지 않더라도, 묵시적으로 동의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물론 묵시적 동의라는 것을 실제 소송에서 판단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아주 열심히 보아야 하겠지요.
그러나, 제한능력자 제도 자체가 제한능력자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는 점을 잊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제도의 '목적'에 반할 정도의 재산의 범위를 허용한 경우에는 여전히 취소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철수의 아버지가 (그럴 리는 없겠지만) 무려 10억 원을 철수에게 주면서 마음대로 쓰라고 했고, 고작 15세인 철수가 그걸로 강남의 빌라를 한채 매입하였다면, 그 계약은 추후에 취소될 수 있는 행위인 것입니다. 만약 10억 원의 금액도 제6조에서 말하는 '범위를 정하여 처분을 허락한 재산'이 될 수 있다면, 제한능력자제도는 실질적으로 부자들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어져 버립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거의 전 재산을 넘겨주고 생활비로 쓰라고 범위를 정해 주면 그만이니까요.
요즘 핸드폰으로 모바일 게임 많이들 하실 겁니다. 때문에 이런 사례가 많이 올라와요. "초등학생이 제 아들이 폰 게임으로 현질을 500만 원을 했습니다. 어떻게 하지요? 취소할 수 있나요?" 이런 사례는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으면 정답을 주기는 어렵습니다. 사례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원칙적으로는 미성년자의 법률행위는 법정대리인이 취소할 수 있습니다(제5조). 그러나 만약 미성년자가 결제한 것이 소액이고, 또 평상시 부모님으로부터 받아 쓰는 용돈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면 이는 제6조에 따라 취소할 수 없는 행위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처럼 500만 원이 넘는 거금이라면? 아무리 그래도 초등학생의 용돈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취소가 가능하기는 할 것입니다. 문제는 그 다음인데, 부모의 경우 법정대리인으로서 자녀를 감독할 의무가 있어서 만약 그 의무에 위반하였다면 게임회사에게 손해를 일부 배상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법률상으로는 취소가 가능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손해배상, 부모 측의 과실, 게임사의 과실 등 얽히는 문제가 많이 있으므로 500만 원을 모두 돌려받으리라는 보장은 전혀 없는 것입니다.
오늘은 법정대리인의 허락을 받은 범위 안에서의 재산 사용에 대하여 공부하였습니다. 내일은 제한능력자로서 미성년자 제도를 추가로 더 공부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