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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법 제7조, "동의와 허락의 취소"

by 법과의 만남
제7조(동의와 허락의 취소) 법정대리인은 미성년자가 아직 법률행위를 하기 전에는 전2조의 동의와 허락을 취소할 수 있다.


제7조는 동의와 허락의 타이밍(시기)을 말하고 있습니다. 전2조의 동의와 허락이면 무엇을 말하는 걸까요? 전2조라고 하면, 일단 제5조와 제6조의 2개 조문을 말하는 것이겠죠. 바로 제5조제1항에 나오는 ‘동의’, 그리고 제6조에 나오는 ‘허락’을 뜻합니다.

제5조(미성년자의 능력) ①미성년자가 법률행위를 함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권리만을 얻거나 의무만을 면하는 행위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전항의 규정에 위반한 행위는 취소할 수 있다.

제6조(처분을 허락한 재산) 법정대리인이 범위를 정하여 처분을 허락한 재산은 미성년자가 임의로 처분할 수 있다.


첫째, 제5조의 따른 동의는 미성년자의 법률행위에 대한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말합니다. 아버지는 아들 철수가 보채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그래. 네가 갖고 싶은 컴퓨터 사라."라고 합니다. 철수는 신나서 컴퓨터 판매점으로 갑니다. 그런데 철수가 집을 나가자마자 아버지는 후회가 막심입니다. "저거 컴퓨터 사면 맨날 게임만 하고, 성적 떨어질 텐데... 안 되겠다." 아버지는 택시를 잡아타고 컴퓨터 판매점에 들어가려는 철수를 붙잡습니다. 그리고 컴퓨터를 사는 행위에 대한 자신의 '동의'를 취소해 버립니다. 아직 철수가 컴퓨터 판매업자 영희와 계약을 하기 전이기 때문에, 이러한 동의 취소는 가능합니다.


둘째, 제6조에 따른 허락은 범위를 정한 재산에 대하여 처분을 '허락'하는 것을 말합니다. 아버지는 철수가 기말고사 1등을 한 후 기분이 좋아 80만 원을 용돈으로 주었지만, 이내 후회합니다. "저거, 용돈으로 PC방이나 다닐 텐데... 안 되겠다." 아버지는 철수가 PC방에 가려고 옷을 챙겨 입을 때 방에 들이닥쳐 80만 원을 다시 내놓으라고 합니다. 이러한 허락의 취소는 철수가 아직 PC방에 들어가 결제를 하기 전이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다만, 제7조에서는 ‘동의와 허락의 취소’라는 표현을 쓰는데, 지난번에 공부하였듯이 ‘취소’라는 개념은 이미 존재하는 법률행위의 효력을 소급하여 무효로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위의 사례를 보면 알겠지만 철수가 애초에 법률행위를 하기 전에 아버지가 동의와 허락을 없던 것으로 한 것이므로, 엄밀히는 ‘취소’라는 단어가 아니라 ‘철회’라는 단어가 더 적절하다는 의견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마찬가지로 내일 공부할 제8조제2항에서의 ‘취소’도 유사하게 ‘철회’의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합니다(김준호, 2017).


그러면 이미 철수가 영희에게 컴퓨터를 사버린 뒤라면 어떨까요? 아버지는 컴퓨터 판매점에 도착했지만 이미 거래는 끝난 뒤였다고 합시다. 이 경우에는 제7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그 동의를 취소할 수 없습니다. 결국 철수는 아버지의 적법한 동의나 허락을 받아 컴퓨터를 산 거죠. 아버지는 미소 짓는 영희를 뒤로 하고 아들의 등짝을 때리는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내일은 미성년자가 유효하게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또 다른 예외를 공부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준호, 민법강의, 법문사, 제23판, 2017, 79-8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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