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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별 Nov 29. 2022

어제와 오늘이 같을 거라는 착각


 우리는 모두 착각 속에 산다.

 어제와 오늘이 같을 거라는 착각.      


하지만, 어제와 오늘이 완전히 달라진 후에야 그것이 순전히 착각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누구나 평범하고 행복한 미래를 꿈꾼다. 그러나 모두에게 그런 미래가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보통의 행복’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따위를 영위하면서 살아가려면 사실은 꽤 까다로운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애초에 '평범'이나 '보통'이라는 것이 몹시 애매모호하며 정의 내리기 어려운 상태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지만 한국 사회에선 일정한 틀 안에 사는 것이 잘 사는 일이라는 인식이 있는 편이다. 이를테면 대학을 들어가고 취업한 후엔 결혼해서 평범하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는 의식을 탑재한 채 살아가는 것 같다. 그 영역 밖으로 벗어나면 특이하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것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그 영역 속에서 살고 있을 땐 사실 아무 생각이 없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은 당연하고, 너무 아무렇지 않은 일처럼 여겨진다. 나 역시도 그랬다. 어제와 오늘은 항상 같을 것만 같고, 내일이면 더 나은 미래가 펼쳐질 것 같았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일정 수준 이상의 평범함을 교육받고, 평범한 삶이 무난하게 잘 사는 것이라는 인식을 강요받아왔다. 그 영역 밖으로 벗어나면 특이하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것으로 간주되는 경험도 종종 했을 것이다. 그래서 매일 반복되는 일상은 너무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여겨지고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어제와 같은 오늘이나 오늘과 같은 내일은 그저 담보 잡아놓은 물건처럼, 내 것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아무 노력 없이도 선물처럼 주어졌던 하루가 내일도 있을까?


매일매일, 자고 나면 반복되는 일상들을 아무렇게나 받아들이고 당연하게 여겼던  날들이 스쳐 지나간다.      

어제와 오늘은 결코 같지 않고, 오늘과 같은 내일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금,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보니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나는 너무 무지몽매해서 호되게 경험해보지 않고는 믿을 수 없었다. 아주 건강하던 사람도 하루아침에 불치병에 걸릴 수 있고, 오늘 손잡았던 사람의 얼굴을 내일은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그래서 어제는 가능했던 것들이 오늘은 불가능해지는 안타까운 일들이 지극히 평범한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오늘만 유효한 사랑의 고백도 타이밍을 놓치면 영영 멀어질 수 있듯이, 어제 내뱉은 말을 오늘 주워 담을 수 없듯이, 오늘이 아닌 내일엔 다 소용없는 일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내일이 반드시 오리라는 보장도 없다. 지나간 시간은 과거이고, 현재는 미래가 될 수 없다. 단 하나의 진실은 오늘은 내 인생에서 펼쳐지는 찰나의 시간이라는 것, 결코 똑같은 시간은 없다는 것이다.      


어떤 불운의 시간이 오면, 간절하게 시계를 역순으로 돌리고 싶어 지지만 인간의 힘으론 불가능하다. 현재의 내 일상은 과거와 현재가 뒤죽박죽 뒤섞여 모호한 시간 속에 있다. 나는 자주 과거에 가 있고, 현재를 살지 못한다. 미래는 상상하기도 힘들다. 그 어떤 것도 그려지지 않으므로. 예전처럼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는 사실은 믿어지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나는 꿈꿀 수 없다. 언제나 내일을 생각했었지만, 현재로선 당연한 내일이 두렵기만 하다.      


어제와 오늘이 같을 거라고 자만해서 벌을 받고 있는 건가, 싶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무지몽매할 것이므로 앞으로도 자주 망각하고 살아갈 것이다. 어제와 비슷한 오늘과, 이벤트 없는 내일의 일상에 지루해하거나 권태를 느끼면서. 또다시 시간을 허투루 보내고 수많은 날들을 보내게 될 것이다.      


매일 충전되는 24시간은 신이 인간에게 주신 선물이라는 것을, 다시 잊게 되더라도 자주 깨우치길 바란다.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은 그 무엇도 없고, 어제와 같은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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