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숨의시간 20화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

by 잔별


신은 한쪽 문을 닫으면 다른 쪽 문은 열어 둔다.
마흔에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 中


마흔에 읽는 그리스 로마신화를 읽다가, 마음에 닿는 글귀를 찾았습니다. 신은 한쪽 문을 닫으면

다른 쪽 문은 열어 둔다. 는 말이었죠. 과연, 그럴까요.


불과 몇 개월 전의 나였다면, 아마도 그 말을 믿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과연 그럴 법도 하다.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만큼 마음의 공간이 한 뼘 생긴 걸까요.


도통 글을 쓸 수 없는 날들이 있으면, 마음이 괜히 불편해집니다. 글을 써야 하는데, 글을 읽어야 하는데, 일종의 강박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떤 때는 좀 불편한 마음이지만, 그 불편함을 이기고 글을 써 내려가면 다시 마음이 편해지는 걸 보면 아주 나쁜 강박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안부들을 묻고 싶어요.

친한 친구에게 별일 없냐고 문자를 보내다가,

내가 다른 사람의 안부를 먼저 물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작게 감탄을 했습니다.

예전엔 의식할 수조차 없던 작은 일상과 사소한 것들에서 다시 살아있다는 기적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 년 전, 내 인생은 끝났어. 망했어. 이번생은 폭망이야.라고 말했던 내가 다시 일상을 살아가네요. 일도 하고, 사람들도 만나고요. 우리 삶에서 생기는 다양한 일, 대게 많은 짜증을 동반하는 일에서조차 조금은 더 의연해질 수 있게 된 나를 발견합니다.


주차장에서 가만히 서 있는 차를 누가 박아놓고 가도, 연락을 해주었다는 사실 하나로 감사하게 되다니. 차를 몰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조금 귀찮게 되었네, 하고 생각하고 내일모레 차를 고치자. 그럼 되지. 하고 넘겼습니다. 이런 것도 변화라면 변화일 수 있겠네요.


신은 내게 매몰차게 한쪽 문을 닫아버리고 슬며시 다른 쪽 문틈을 열어두었습니다.

안전하다 여겨졌던 삶은 한순간에 폭풍우를 휘몰아치고, 다시 하늘을 잠재워 우리를 살게 합니다.

그러니 매 순간 너무 힘들 것도 너무 좋을 것도 없는 것 같아요.


그저 열린 문을 향해 나아가고,

소중한 것들에게 안부를 물을 수 있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모두들 안녕하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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