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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별 Feb 02. 2024

이 아픔도 내 삶의 일부임을

이제 내 인생에는 어떤 노력을 해도 메꿀 수 없는 커다란 구멍이 나버렸다고 생각했었다. 그 틈새로 들어오는 것들은 쉽게 막을 수 없어 나를 종종 아프고 힘들게 할 거라고. 다시 예전처럼 살 수 있을까? 다시 내 삶을 사랑할 수 있을까? 그 무엇도 믿을 수 없던 시간들은 길게 이어졌다. 그런데도 삶은 이어졌다. 나는 다시 살아가야 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가족들의 도움도 받아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왔다. 정상적인 숨쉬기를 할 수 있고, 사람들을 만나고, 다시 일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감사한 일이 됐다. '나'로 돌아오기 위해 죽도록 노력한 결과이며, 또한 어느 정도는 시간의 힘이기도 하다.


그동안 우울을 벗고, 좋아지기 위해 관련된 책도 많이 보고, 뇌과학 강의도 듣고, 유튜브도 찾아보고 하면서, 내 마음을 돌아보는 연습을 조금씩 해왔다. 울컥울컥 올라오는 감정들을 마주할 때마다 아직도 괜찮지 않다는 사실에 많이 당황했었다.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나는 또다시 무너지고 절망했다.




인생에는 의지와 노력과는 상관없이 어떤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내가 잘못 살아와서도 아니고, 내 인생이 더럽게 운이 없어서도 아니다. 누군가에게 벌어질 수 있는 일이 그냥 내게 일어난 것뿐이다.


그런데, 왜 하필 나야?!


여기에 생각이 갇히면 한없이 우울해진다. 왜, 나한테,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거냐고. 나 역시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었지만, 지금은 '왜 너는 아니라고 생각해?' '그냥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야.'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됐다. 아주 가까스로. 물론 받아들이기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며칠 전, 우연히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정신의학과 신영철 교수님이 나온 부분을 보게 되었는데, 이 분야의 권위자이신 교수님께서 담담하게 자신의 아픔을 털어놓는 모습을 보고 큰 위로를 받았다. 나도 내 아픔을 바로 보게 됐다.


자신이 아끼던 후배 교수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경험하고, 버티기 힘들었다고 애써 눈물을 삼키며 이야기하시던 모습, 이 아픔도 이 슬픔도 내 삶의 일부임을 수용하고 다시 일어나서 나의 길을 가야 한다. 고 말씀하시던 모습이 오래도록 여운을 주었다. 같은 장면을 몇 번이나 돌려보고, 되뇌었다. '이 아픔도 내 삶의 일부임을 수용하자, 나는 다시 일어나서 나의 길을 가야 한다.'


앞으로의 내 인생 길이 얼마나 험난할지, 아니면 순탄할지 아무것도 알 수 없고, 사실 여전히 불안하다. 다시 내 삶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수 있을지도 아직은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도 내 인생의 일부임을 수용한다. 나는 다시 내 길을 갈 것이다. 이제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내 인생을 사랑한다. 사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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