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스토리아 Jul 31. 2024

#19 2차 항암 (3)

수박과 멜론

 ‘로이나제’ 7번이 드디어 오늘 끝났다. 전처치를 하고 항암을 하고 나선 다행히도 오한, 복통과도 같은 부작용은 없었다. 하지만 구내염으로 무언가 마실 때마다 통증이 있었고, 새로운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 얼굴, 목, 등, 배에 발진이 올라와 항암을 멈추고 약을 맞은 후에 발진이 가라앉으면 다시 항암제를 맞기를 반복을 했다. 그래서 1시간이면 끝나는 ’ 로이나제‘를 거의 3시간씩 맞으며 드디어 오늘까지 왔다.

 오늘은 7번째 마지막 ‘로이나제’를 맞는다는 걸 몸이 알아주는 듯 알레르기 반응도 없어 2시간 만에 항암을 마치고 CT 검사를 기다렸다.

 스마일 항암은 1,2차가 끝나고 이 항암제가 내 몸에 잘 맞는지 알아보려고 중간 검사를 한다. 오후 1시부터 금식을 하고 기다리다 6시 반쯤 CT실 앞에 휠체어를 타고 앉아있는데 그동안 했던 1,2차 항암들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6월 14일부터 시작한 항암. 크고 작은 부작용들이 있었지만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혈변이 나오지 않아 너무 감사했다. 이번 항암 때는 감염도 없어 항암 스케줄이 밀리지 않은 것도 너무 감사했다. 호중구 수치가 많이 올라 그토록 먹고 싶었던 수박과 멜론도 먹을 수 있었다.

 1차 항암 때 장염에 걸린 이후로 겁이 많아져 호중구 수치가 높을 때도 통조림 과일만 먹으며 버텼다. 하지만 이번에는 용기 내서 수박 한 조각을 먹어보고 배가 괜찮아 멜론까지 먹었는데... 여태 먹은 과일 중에 가장 시원하고 달콤했다. 아프기 전엔 초콜릿이 제일 달콤한 줄 알았는데, 이제 제일 달콤한 건 수박과 멜론이었다.

 그렇게 한 달 반 정도의 시간을 되돌아보고 있을 때, 내 이름이 불렸고 검사실 안으로 들어갔다. 기계에 누워 양팔을 올리고 눈을 감았다. 곧 조영제가 들어왔다.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이젠 약 냄새가 입으로 올라와 속이 좋지 않았고, 오랜만에 혈관통까지 느껴졌다. 하지만 참을 수 있었다. 이 검사 결과는 좋게 나올 거니까. 지금까지 했던 항암이 소용없는 일이 되지 않도록 내 몸속의 암이 많이 사라져 있을 거니까. 혈액암은 항암제에 잘 반응한다고 하니 나는 싹 다 나아있을 것이다.   

 병실로 돌아와 핸드폰을 보니 뮤지컬 극작에 대한 강연을 의뢰하는 문자가 와있었다. 나는 지금 내 상황을 말하고, 열심히 치료받을 테니 다시 찾아달라고 말하며 거절 문자를 보냈다.

 많이 아쉬웠다. 하고 싶었던 어린이 뮤지컬 의뢰를 거절했을 때도, 초고를 쓰고 리딩까지 한 작품에서 수정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빠져야만 했을 때도 아쉽고 또 아쉬웠다. 하지만... 다 낫고 나면 또 다른 기회가 올 테니까... 기다릴 수 있다.

 지금은 오직 낫는 것에만 집중할 것이다. 그리고 예전에는 나 스스로를 멈출 수 없어 몰랐는데, 강제로 멈추어보니 첫 공을 올린 기쁨만큼 수박과 멜론이 주는 달콤함의 기쁨도 컸다. 예전에는 알지 못했던 쉼과 기쁨을 알아가는 시간이라고 여기며 이 시간들을 잘 보내보려고 한다.

 정말 고생 많았다. 여기까지 온 나를 기특해하며, 나와 함께 일상을 멈추고 이 과정을 온전히 함께 하는 엄마에게 감사해하며 잠에 들어야겠다. 오늘도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많은 분들에게도 평안한 밤이 되길.

 

작가의 이전글 #18 2차 항암 (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