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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스토리아 Jul 25. 2024

#18 2차 항암 (2)

부작용

 또다시 ‘로이나제’를 격일로 7번 맞는 시간이 돌아왔다. 1차 항암 때 24시간 동안 은은한 오심과 구토를 주었던 항암제이기에 다시 시작한다니 무서웠다.

 항구토제를 미리 맞고 시작한 항암. 항암제가 들어간 지 30분쯤 흘렀을까 갑자기 복통이 시작됐다. 엄마는

배가 어떻게 아프냐고 물었지만 설명을 하지 못하는 고통이었다. 복통이 너무 심해 비명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우선 화장실 배일수도 있으니 겨우겨우 화장실에 갔는데 갑자기 그때부터 오한이 시작됐다.

 치아가 맞부딪히는 소리가 날 정도로 온몸이 심하게 떨려왔다. 나는 연신 춥다는 말만 했고, 두꺼운 이불을 덮어도 온몸이 심하게 떨리고 그 상태에서 구토가 시작됐다.

 간호사 선생님께선 교수님이 우선 항암제를 멈추자 하셨다며 항암을 멈췄다. 갑자기 열이 나기 시작해 해열제를 맞았고, 진통제를 처방하기 위해선 엑스레이를 찍어야 한다 해서 침대에 실린 채로 복부 엑스레이를 찍고 올 동안에도 오한은 멈추지 않고 계속 됐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오한은 잦아들었지만 고열과 설사, 구토는 계속됐다. 저번 장염과 비슷한 양상이었다. ‘또다시 장염에 걸렸구나’ 생각이 들었다. 수박이 너무 먹고 싶어 얼려서 파는 수박주스를 슬러시처럼 먹었는데 거기서 또 감염이 온 것만 같았다. 엄마는 당장 수박주스를 버렸고 나는 그거 하나 참지 못한 나 자신을 원망했다.

 시간이 흐르고 상태가 괜찮아지자 멈췄던 항암제를 다시 맞았고, 교수님께서는 오셔서 ‘로이나제’ 부작용이라고 하셨다. 확실히 항암이 회차가 늘어나면서 몸이 힘들어지니까 전에는 없었던 부작용들이 나타나는 거였다. 이걸 어떻게 6번이나 더 맞냐고 묻는 내게 교수님은 전처치를 한 뒤 항암해보자며 힘내라고 하고선 떠나셨다.

 너무 무서웠다. 이걸 6번이나 더 겪어야 한다고...? 오늘 하루만 생각하며 살기로 다짐했지만 멘털이 잡히지 않았다. 도망가고 싶었다. 도망갈 곳도, 그럴 용기도 없으면서 도망가고 싶었다.


 하루 쉬고 또다시 돌아온 ‘로이나제’ 맞는 날. 항구토제, 스테로이드, 항히스타민을 미리 맞고 1시간 동안 맞는 항암제를 2시간 동안 느리게 맞을 거라 하셨다. 그렇게 주사 세 개를 다 맞고 노란 봉지를 달려는 순간, 내가 무섭다며 울기 시작했다. 부끄럽게도 소아과에서 주사 맞기 싫다고 하는 애기처럼 눈물을 뚝뚝 흘렸다. 간호사 선생님은 기다리겠다며 나가셨고, 나는 엄마를 붙잡고 무섭다고 울기 시작했다. 이렇게 울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알았지만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다 쏟아내고 간호사 선생님한테 준비가 됐다고 말하고 또다시 노란 봉지에 담긴 약이 내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다행히도 저번과도 같은 오한은 없었다. 오심, 구토, 설사 그리고 약간의 복통뿐이었다. 이 정도면 너무 감사하다고 여기며 이 밤이 끝날 때까지 더 이상의 부작용은 일어나질 않고, 좋은 꿈을 꾸길 바라며 잠에 들었다.

 

 아프고 나서는 꿈을 참 자주 꾼다. 꿈에서 천사가 나와 화살로 오심 방울들을 쏘면서 물리쳐주는 꿈을 꾼 적도 있고, 내 몸속 세포들이 서로를 응원하면서 나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 꿈을 꾼 적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꿈은 항암을 시작하기 전,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나오는 꿈이었다. 외할머니는 다짜고짜 계약서를 건네며 싸인을 하라고 하셨다. 계약서에는 ‘무조건 엄마보다 오래 살기’라고 적혀있었다. 우물쭈물하는 나를 다그치며 빨리 싸인을 하라고 외할머니는 닦달을 했고, 거기에 내가 싸인을 하며 꿈에서 깬 적도 있었다.

 둘째 딸을 먼저 보낸 외할머니는 평생을 마음 아파하시고 눈물을 흘리셨다. 우리 엄마가 자신처럼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내 꿈속에 찾아와 약해진 내가 다시 굳게 마음먹도록 해주신 것 같았다.

 항암을 하면서 진짜 다 때려치우고 싶을 때마다 그 꿈을 생각한다. 내 목숨은 오직 나만의 것이 아니다. 엄마와 아빠, 언니, 그리고 나를 위해 기도해 주는 많은 이들의 목숨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니 조금만 더 힘을 내서 2차 항암을 끝내보자. 그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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