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밝히는 나날들 2

by Lulina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분노가 지나간 자리는 오히려 숨죽일 듯 고요해졌다. 내 모든 감정들도 같이 지나가 버린 듯 사그라들었다. 좋은 것도, 싫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이 하루가 그냥 살아졌다. 오랜만에 체중계에 올라가 보니 숫자는 44킬로그램을 가리켰다. 거울을 바라보는데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린다. 첫 아이 출산 후, 많이 아팠던 그때. 순식간에 체중이 빠져 엄마가 속상해하시던 그때의 몸무게였다. 산후조리를 도와주시던 엄마는 뭐라도 먹으라며 보채시다, 문득 ”진아, 엄마 너무 속상한데…… 내 딸이라 그런가, 왜 이렇게 예뻐 보이니. “ 그렇게 말하는 엄마를 보며 둘이서 피식피식 웃었는데. 그때 모습을 닮은 내 모습이 거울에 비쳐 올라온다.




엄마는 뜬금없는 곳에서 새어 나왔다. 찬장을 열다 엄마가 사다준 컵을 발견하고서, 자기 전 아이들 먹이라며 보내준 자일리톤사탕을 꺼내다 문득, 아이들 책을 읽어주다 지난날 엄마가 아이들에게 읽어주시던 모습이 떠올라, 그렇게 눈물로 쏟아져 내렸다. 대부분 시간이 괜찮았다. 울지 않고 화내지 않으며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다, 나도 모르는 사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럴 때면 아이들이 차례로 다가와 안아주고 갔다.


“괜찮아?”


내가 엄마에게 해주었던 것처럼. 이렇게 아픈 일인 줄 그때는 알지 못하고 할머니의 빈자리를 내가 채워줄 수 있을 거라…… 그렇게 생각하며 엄마를 안아주었었다. 엄마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가끔씩 눈물을 흘리셨다. 설거지하다 문득, 청소를 하다 문득. 내가 보지 못했던 눈물이 더 많았겠지. 지금의 나처럼…… 삶은 이렇게 반복되나 보다. 내 아이들도 그러겠지. 언젠가 나의 차례가 다가와 내가 떠나고 난 자리에, 지금의 나처럼 문득 그리움들이 쌓이겠지?



너무 아파하지 말아야지.

우리에게도 눈부셨던 순간들이 많았으니,

그때를 떠올리며,

양분 삼아,

간직하며,

그렇게 살아나가야지.

내 아이들에게도 찬란한 순간을 만들어주어야지,

앞으로의 삶을 그 기억들로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게.




그렇게 나의 불면증은 사그라들었고, 웃음을 되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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