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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로 스쳐 갔을까요? 생각이 납니다. 건강하시죠!

건강해야죠

by 진이

가끔씩 생각이 납니다.

이젠 아프지 않나요?

그래. 그랬으면 좋겠니다.



다시 여기 올일이 있을까 싶었던, 병원에 오게 되었습니다.


평생 얼굴 한 번 보지 못 한 분에게, 향을 올렸습니다. 사진 속 웃는 모습을 따라, 민망하지만 잠깐 같이 미소 지었습니다. 늦은 저녁을 먹으면서 상주와 몇 마디 말을 나눕니다. 다 할 수 없는 말을 대신해 마음이 향처럼 전달되기를 바라봅니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 지인의 담배 한 가치만큼, 시간을 얻었습니다.

여전히 크고 높은 병원입니다. 아래를 한층 한층 내려다보았는데... 이번에는 고개를 들고 한층 한층 올려다보았습니다.


어딘지 기억나지 않지만, 대충 저 기 저 층 정도였던 것 같아..




가끔씩 상상을 합니다.

여드름 패치를 멋들어지게 하고 있는 교복 입은 학생의 모습이거나

노안으로 투덜거리면 돋보기를 찾는 모습이거나

어린 손주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 그런 일상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그러네요. 우리 한 번도 보지 못했네요


나를 위한 바람, 나눌 수 있는 것


유독 이유 없이 마음 가볍고 행복한 날이 있습니다.

어떤 얼굴에 어떤 목소리에 어떤 차림을 한, 그저 길을 지나는 어떤 이로 스쳐 지났다면 그걸로 행복한 어떤 날이었을 겁니다.


전 덕분에 마음의 짐 하나는 내려놓고 살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생기면 누군지 몰라도 누군가 와 줄 것 같은 그런 막연한 믿음이 생겼거든요.


이렇게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보니...


분명 나보다는, 당신보다는, 우리를 위한 시간이었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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