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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우미양가 Dec 02. 2024

날마다 솟는 샘물


예고 없이 날아든 가윗 날에 싹둑,

몸의 일부가 잘려나간 후

한순간 몽둥가리가 되어버린 몸뚱이로

통증의 계절을 견뎌야 했다

쓸모없이 버려진 그루터기처럼

죽은 것만 같았던 시간들,

아무리 숨을 들이켜도 숨은,

상처 난 구멍을 통해 빠져나갔다


짧아진 호흡으로

터져버릴 것 같은 가슴을 부여잡고

간신히 연명을 이어가고 있을 때

장맛비가 다가와 보듬어 주었고

햇살이 수시로 내려앉아 입김을 불어주었다.


고통의 삶도 살아 있는 시간이라고

꾸덕꾸덕 말라붙은 진물 딱정이들이

상처의 구멍을 막았다

호흡이 안정되자

나는 죽음보다 더 죽음 같았던 시간의 기억들을

필사적으로 밀어냈다


절뚝 걸음으로 시간을 건너고 건너 다다른

안과 밖의 경계,


조심스럽게 밖을 향해 문을 열었던 것인데,

검붉게 피멍 든 얼굴을 빼꼼히 내밀었던 것인데,

아! 어느새 계절은

바람의 온도를 바꿔놓았구나.




봄부터 여름까지

화려하게 자태를 뽐내던 장미가

휴식기간을 갖는 듯 조용하길래 싹둑,

단발머리로 잘라놓았었는데

시절도 잊은 채 다시 꽃을 피웠다.


나는 처음부터 꽃이었으니 끝까지

꽃이어야 한다는 듯 눈 속에서도 고고하다.


자화상을 보는 듯 맘이 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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