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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하다 Jul 21. 2023

어른 아이와 웃음바다와 별바다와 볕뉘

오늘 건넬 문장: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찰리 맥커시(상상의힘)』

답답할 때마다 창문 너머로 바다 위에 빛나는 윤슬을 본다.

별뉘와 별바다에 반짝이는 바다처럼 흘러가면 좋겠다, 나의 시간도.




"래가지고  험한 세상 어떻게 살아가려고 그래?"


"그러게 말입니다."

내 맘대로 되는 것 하나 없는 이 세상 버거운데 심지어 내 성격으는 살기 힘들다는 어른들 충고.


욕심으니 질투많고, 눈물도 많은 아이

자신의 감정을 삼키고 또 삼켰다.

그러면 세상이 자신을 좀 잘 봐줄까 싶었다.


그럴 리가. 어른들이 말한 문제 많은 성격을 고치무진장 애써도 쉽게 바뀌지 않았고 절대 세상과 친해질 수 없었다.


한없이 작아졌다. 이따위로 생겨먹어 세상 심기를 거스른 건 아닐까 싶었다.


중학교에서 고등학생이 되면서 더 악화됐다. 이젠 내면뿐만 아니라 외면도 문제가 됐다. 고등학교 동안에만 몸무게가 10kg 넘게 찐 것이다.

나의 몸 상태가 성적 하락과 만나자, 그냥 내가 겪고 있는 문제는 내 탓이었다. 나는 게으르고 의지박약이라 살도 찌고 공부는 못해진다고 교무부장은 말했다. 내가 1학년 때 받은 장학금도 학교 입장에선 아깝다고 했다. 이 지경까지 온 건 모두 다 내 잘못이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중간중간 아직도 울컥한다. 어떻게 이 지난한 시간들을 건너왔을까.


오늘은 내가 이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도와준, 귀애하는 고등학교 친구들에 대해 이야기고자 한다. 


어릴 때부터 잘못된 거 투성인 나를, 고쳐야 된다는 소리를 수없이 들은 나를 아무 소리 안 하고 10년 넘게 묵묵히  친구들이 있다. 표현을 많이 하는 친구들은 아니지만 나를 좋아한다는 걸, 믿는다는 걸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 친구들 덕분에 나 자신이 조금은 좋아졌다.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찰리 맥커시 (상상의힘)』 中


상처받은 마음을, 우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각자만의 방식으로 감싸 안아 준 세 명의 '웃음바다', '별바다', '볕뉘' 같은 존재들.


웃음바다
한데 모인 수많은 사람이 유쾌하고 즐겁게 마구 웃어 대는 웃음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우울의 수심이 깊어, 검은 바다처럼 어두운 마음에 자칭 '진지하다'라고 말하는 친구의 농담 한 마디면, 웃음바다가 된다.


별바다
갠 날 밤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총총하게 떠 있는 모양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비슷한 아픔을 가진 생각이 깊은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나면, 밤하늘에 빛나는 별처럼 이정표가 되어준다. 


볕뉘
1 작은 틈을 통하여 잠시 비치는 햇볕.
2 그늘진 곳에 미치는 조그마한 햇볕의 기운.
3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는 보살핌이나 보호.

나의 감정을 삼키지 않고 뱉어낼 수 있게 도와주는 친구는, 그렇게 늘진 삶의 틈으로 비쳐 든 고맙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햇살 과도 같다.


삶이라는 바다에 웃음과 별빛과 햇살이 비추니, 마음에 윤슬이 일어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버틸 수 있다.




나로 충분하다고 느낄 수 있게 응원해 준 친구들게 그림책 속의 장을 선물하고 싶다.


"항상 기억해. 넌 중요하고, 넌 소중하고, 넌 사랑받고 있다는 걸. 그리고 넌 누구도 줄 수 없는 걸 이 세상에 가져다줬어."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찰리 맥커시 (상상의힘)』


에밀리 디킨슨 시인"만일 내가 하나의 마음이 부서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 내 삶은 헛된 것이 아닐 거예요."라고 시를 쓰셨다.  


나의 마음이 부서지는 것을 막아 나를 살게 해 준 친구들이 이 세상에 있고 없고는 정말 큰 차이. 

나의 바다에 이토록 찬란한 빛들이 일렁인다.

그 빛들이 나를 좋은 사람이 되고자 마음먹게 한다.

다정한 친구들 곁에서 해가 지날수록 행복해졌다. 행복이 무엇인지 알려준 소중한 그들이 다치지 말고 행복하면 좋겠다.


내가 받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우정을 간직해, 지난날의 나처럼 왜 태어나서 이렇게 힘든가 하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다정한 마음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천천히 닮아가야지, 웃음바다, 별바다, 볕뉘를.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찰리 맥커시 (상상의힘)』 中

오글거리는 모든 순간을 싫어하는 너희들을 위해 두지 친구처럼 사랑한는 말 대신 우리가 함께여서, 너희와 함께여서 기뻐라고 말할게.


아직도 제멋대로인 세상이지만,

너희를 생각하면 환하게 웃을 수 있어.

내가 걷는 길에 눈부신 풍경을 선사해 줘서 고마워. 

오래도록 함께 행복하자.


제주도 푸른 하늘 아래 우리 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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