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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하다 Aug 06. 2023

먼저 한번 살고 그것을 함께 한번 더 사는, 아름다움

오늘 건넬 문장: 『인생의 역사, 신형철 (난다)』

세상을 더 나은 방식으로 보여주는 돌보는 사람들 덕분에 우리의 인생은 훨씬 더 아름다울 수 있다. 돌보는 마음은 그걸 가능하게 한다.


사는 동안에 우리가 받은 돌봄이 주는 안온함을 잃지 않기를.




뉴스를 마치 팝업 광고를 끄듯 회피한 지 오래다.

흉기 난동, 책임 회피를 일삼는 정치권, 인권 유린 등등...

헤드라인만 스쳐 지나도 인간 세상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 슬프고 답답하다. 할 수만 있다면 차단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동서남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각자도생', 안전이 위협받는 세상에서 나는 더더욱 '돌보는 사람'에 대해 생각한다.

우리가 사는 지금이 훗날에 도달할 것을 알기에, 더 나은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걸 포기할 수 없다.

그렇기에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돌보는 이야기'를, 나는 아낀다.


돌보는 사람이란 상대가 잘 오는지 돌아서 보고 살피는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형철 평론가님은 돌보는 사람은 언제나 조금 미리 사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돌봄이란 무엇인가. 몸이 불편한 사람을 돌본다는 것은 그가 걷게 될 길의 돌들을 골라내는 일이고, 마음이 불편한 사람을 돌본다는 것은 그를 아프게 할 어떤 말과 행동을 걸러내는 일이다. 돌보는 사람은 언제나 조금 미리 사는 사람이다. 상대방의 미래를 내가 먼저 한번 살고 그것을 당신과 함께 한번 더 사는 일.

『인생의 역사, 신형철 (난다)』


돌아보며,

보살피며,

그렇게 미리 사는, 아름다운 사람들.

나의 삶에도 '돌보는 사람들'이 있다.

어느 날 그들이 건넨  따스한 손길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닿는다.


겁이 많은 내가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수영, 농구 드리블을 하는 방법을 알려줘, '나도 할 수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게 도와준 엄마.

내가 지치지 않고 웃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좋아하는 것을, 재미난 것을 끊임없이 찾을 수 있게 도와준 아빠.

어떤 경우에도 무조건적으로 나의 편이 되어준 친구 같은 할머니.  

편하게 나의 길을 걸어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먼저 산 어른들 덕분에 아직까지 다치지 않고 무사히 걷고 있다, 나의 인생길을.


그리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날아든 지난날에 상처 투성이가 된 마음을, 작가님들은 자신들만의 언어로 이야기를 전하며 성심으로 어루만진다. 좋은 언어로 마음속에 새겨진 나쁜 언어를 지운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나는 가장 가까운 이들의 나쁜 말과 태도와 행동에 영향을 받으며 살고 있을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안다. 그를 향해 당신을 손상시키면서까지 자기가 살고자 하는 이를 거절하고, 멀어지라고, 어떤 형태로든 그를 돌볼 수는 있겠지만 그의 비참을 자기 삶으로 떠안지 말라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일기, 황정은 (창비)』


형편없는 사람에 머물고 싶지 않다. 소설을 읽고 쓰면 지금보다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내가 쓴 인물에게 배울 수 있다. 그들처럼 살아가려고 노력할 수 있다. '사람은 노력해야 해. 소중한 존재에 대해서는 특히 더 그래야 해.'라는 문장을 썼다면 그 문장을 쓰기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의 천국은 이곳에 있고 그 또한 내가 두고 갈 것'이란 문장을 쓴 뒤 나는 죽음보다 힘이 센 희망을 느꼈다. 오늘의 사랑, 오늘의 당신, 오늘의 삶에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2023 제46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최진영 (문학사상)』


스스로를 손상시키지 않길 바라는 황정은 작가님, 더 나아지기 위해 소설을 쓰는 최진영 작가님 포함 돌보는 사람이 쓴 책들이, 앞으로 쓸 책들이 나를 지켜줄 것을 안다.

누군가를 도와주는 아름다움을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나는 운이 은 사람이다. 행복한 사람이다.

누군가를 돌보고자 하는 아름다운 작가님들을, 함께 나아지기 위해 애쓰는 마음이 담긴 책을 소중하게 여기며 책방에 오는 손님들에게 다정한 마음들에 함께 기대자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 마음으로 책방을 연다.


날마다 건네는 책 속의 문장들이 누군가에게 가닿아, 밑줄을 그으며 '돌봄'을 받을 수만 있다면 충분하다.

책에서 만난 문장들이 나를 돌봐줄 때마다 나 역시 돌보는 마음이 담긴 글을 쓰자고 다짐한다. 괜찮아지게 만드는 글을 쓰자고.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자기 스스로를 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음을 알기에, 내가 받은 돌봄을, 그 온기를 간직한 채, 나를 위해 미리 산 어른들처럼 따듯함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나의 자리에서 글도 쓰고 마음도 쓰는 '쓰는 사람'이자 '돌보는 사람'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안 좋은 소식이 다반사인, 이해할 수 없는 요즘이지만, '상대방의 미래를 내가 먼저 한번 살고 그것을 당신과 함께 한번 더 살며' 그렇게 서로를 돌보며 부디 살아 있길,

너무 오래 아프지 않기를,

무탈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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