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걸렸다가.. 콜록.. 관제를 이렇게.. 콜록
무병장수의 시대는 간 걸까?
대한민국의 평균 기대수명은 약 80세 수준으로, 0세 출생아는 80년 정도를 무리 없이 살아갈 것이라고 예측한다. 근데 이상하게도 채 서른이 되지 않은 주변 사람들을 보면 몸 안에 고장 난 부분 하나쯤은 달고 살아가고 있다. 더해서 몇몇은 고장 난 그곳이 악화되지 않도록 막는 수술도 받아야 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조심스레 사실, 나 그동안 어디가 아팠어.라는 이야길 꺼낸다.
입사하고 인생 처음으로 종합 건강검진을 받은 날에는 나는 이제 늙어가는 생명인 거구나라는 걸 자각했다. 누구든 지병 하나쯤은 달고 살아가는 거겠지만, 어린 나이에 환자가 되어보니 매년 받아야만 할 건강검진이 그리 달갑진 않았다. 2년여 전 그 해에는 평소처럼 종합 건강검진을 받고 나서 관제사로서 근무하려면 반드시 요구되는 필수 건강검진을 두 번 더 받아야 했다.
우리 팀 관제사의 입장에서만 이야기하자면, 1년에 오로지 건강검진만 최대 세 번을 받는다. 경우에 따라 더 많아질 수도 있겠지만 몇 개월 안에 피를 몇 통씩 뽑아가는 주삿바늘을 쳐다보고 있자면 진이 빠지는 느낌이 들어 집으로 당장 달음질치고만 싶다.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자면 나름 세 개 건강검진들이 항목이 조금씩 달라서 내 몸 구석구석을 전부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세 개 검진 리스트는 이렇다. 첫째는 회사에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종합 건강검진. 둘째는 교대근무자로서 계속 일하고 싶으면 받아야 하는 특수건강검진. 셋째는 항공종사자 신체검진이다. 항공종사자 신체검진이란 현직들에게는 '화이트 카드'라고 불리는 그것이다. 관제사, 조종사 등 항공종사자로서 무리 없이 근무할 수 있다는 보장이 화이트 카드이다. 건강 상태는 죽을 때까지 보장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유효기간도 있다. 심지어는 관제사 연습생, 조종사 연습생도 실습을 하기 위해서는 신체증명을 보유해야 한다. 그래서 관제교육원 입교 전 미리 신체검사를 하고, 처음으로 건강을 증명하는 종이인 화이트 카드를 받았다. 시력이 좋지 않은 탓에 교정시력이 될만한 걸 두 개나 갖고 있으라는 제한사항이 걸렸다. 그래서 이런 제한사항이 나온 관제사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내가 지금 쓰고 있는 렌즈나 안경에 더해 타워에 예비 안경 하나를 준비해둔다.
관제사는 40세 미만일 때 48개월마다 한 번씩 항공종사자 신체검진을 받는다. 50세 이상이 되면 12개월마다 계속 증명을 갱신해야 한다. 실제로 승객이 탑승하는 항공기를 모는 조종사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나이와 상관없이 12개월마다 검진을 받는다.
한창 코로나가 유행하던 몇 달 전에는 나도 어디선가 코로나에 옮아왔다. 지금은 싹 나아서 슈퍼 면역자가 된지도 모르지만, 일주일간 방에서 고통받으며 격리하는 게 썩 달갑지는 않았다. 힘들게 일주일을 보낸 후 관제사로서 복귀하기 전에는 또 항공교통관제사로서 정상적으로 업무수행을 할 수 있다는 항공전문의의 소견을 받아야 했다. 이렇게 저렇게 내 건강을 증명해가며 조금 어렵게 타워에 오고 나서도 한 2주간은 제대로 관제하기가 힘들었다. 이대로 영영 낫지 않는 걸까 하는 걱정도 솔직히 조금 있었다. 일단 목소리가 아주 가라앉은 탓에 원래의 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한 마디 하면 기침을 한 번 해야 그다음 한 마디를 할 수 있는 목 상태를 안고 가기도 했다. 다행히도 한 3주쯤 지나니 목소리도 원래대로 돌아오고, 기침도 전혀 나오지 않았다. 막상 걸려보니 생각보다 코로나의 후유증이 강력했다.
보통은 주파수로 조종사와 헤어질 때에도 Good day,라는 인삿말을 나누지만 왜인지 코로나가 시작되고 나서는 가끔 주파수로 이런 인삿말이 들리기도 한다.
"Take care!"
건강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