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내가 나이가 들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맨 처음엔 노안이 왔을 때였다.
어느날 부터인가 업무를 하는데 가까운 곳에 있는 글씨들이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안경을 맞춘 지 오래 되어서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
그래서 컴퓨터 작업을 할 때면 안경을 벗어놓고 워드작업을 하였다.
노안이 왔는 지도 모르고 ‘안경을 맞춰야지’ 생각을 하며 말이다.
그러다가 벼르고 별러 안경점에 가서 검사를 하였는데
안경사가 하는 말이, '이제 노안이 와서 지금까지 써오던 안경으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노안? 그야말로 수정체가 나이가 들어 탄력성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우리가 나이가 들면 탄력성과 유연성과 민첩성과 같은 것들이 떨어지는 것처럼
우리의 눈도 오래 사용하여 늙었다는 것이다.
그 다음에 내가 나이를 먹었다고 느꼈을 때는 꽃을 좋아하기 시작했던 때이다.
이상하게 어느 순간 눈에 보이는 꽃마다 그렇게 이쁠 수가 없었다.
그냥 무덤덤하던 감정들이 어느 순간 갑자기 생명을 얻은듯 마구 살아나는 것이었다.
이름이 있던 없던, 이름을 알던 모르든 상관없이
모두 예뻐보이는 것이었다. 그래서 보이는 꽃이란 꽃을 찍기 시작했다.
예쁘지 않은 것이 없었기에 무조건 셔터를 눌렀다.
그것을 또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그리고 말하려고 했던 것들이 깜빡깜빡 사라졌다가 나타날 때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건망증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얘기를 하려고 하다가 갑자기
말하려던 단어가 생각이 나질 않고 말하려던 내용이 사라져버리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조금 있다가 다른 곳에 관심을 쏟고 있는데
하려고 했던 말이 생각나고 단어가 생각나기도 한다.
물건을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리거나 하지는 않는다.
다만 생각들이 빨리빨리 나오지 않고 이제는 어디 다른 곳에 들렀다 오는 것 같다.
느리게 생각들이 나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