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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력도시 연구소 Jun 20. 2018

역전의 명수 군산, 사람의 네트워크에 올라타라

매력도시 매거진 vol.03_군산 (9)

매력대담: 조성익 x 이호


조성익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 매력도시 매거진 편집장

이호       FIT Place 대표, 매력도시 연구소 연구원



지난 글에 이어, 매력 대담이 계속됩니다.

찬스와 위기를 동시에 맞은 군산. 판을 흔드는 큰 작전을 펼치기 위해 도시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가지고 있는 매력 자산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있습니다.


조성익   이미 매력적인 군산인데, 아직 손대지 않은 자산이 많이 남아있다는 점도 주목할만합니다. 자전거를 타고 돌아봤던 금강 습지 공원은 향후에 매력 지수가 높아질 여지가 있었어요. 월명 공원에서 바라본 바다의 전망, 미제 저수지 인근의 은파공원도 고요한 아름다움을 아직 다 보여주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이호   항구의 풍경, 호수 경관, 강변 길, 언덕 전망처럼 자연이 준 선물 꾸러미가 잘 갖춰져 있을 뿐 아니라, 재래시장, 오래된 창고 같은 문화유산도 아직 많이 남아 있어서 좋죠. 향후에 도시의 안심감을 더하는 컨텐츠가 들어갈 여분의 공간이 있다는 것이니까요. 독특한 중정 구조의 <부윤관사>도 언젠가 다시 태어날 잠재력이 있었어요. 미래 확장성이 좋은 도시입니다.



매력의 미래 확장성


조성익   특히 2년 전 매력도시 연구소의 첫 취재에서 주목했던 째보선창도 아직 미개척지인데요. 도심 근접형 수변 공간이라는 점, 철공소 같은 산업시대의 풍경이 보존되어 있다는 점, 품고 있는 역사, 기억에 잘 남는 네이밍, 가지가지 다 갖추고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는 곳이었어요.


스타플레이어가 되실 분이 아직 발견되지 않은 채 동네 축구를 하고 있는 셈인데, 좋은 감독이 나타나 째보선창의 어깨를 두드려 줄 시점입니다. 세련된 안목을 가진 행정, 시간의 가치를 이해하는 자본, 현실감과 재능을 겸비한 계획가를 만난다면 째보선창은 군산 구도심 발전을 푸는 열쇠가 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조성익  하루 코스의 교외 나들이 장소도 있었죠. 서천의 <국립 생태원>에서 매력도시 연구원들이 모두 감탄하면서 관람을 했었는데요. 건축물의 설계와 규모는 조금 과하지 않나 싶은 측면이 있지만.(웃음)


이호    특히 <에코리움>의 열대관 전시는, 와, 정말 근사했어요. 아마존 밀림을 옮겨 온듯한 전시의 풍경, 완성도가 높았죠. 군산에 살면서 아이들을 데리고 오기 좋은 장소가 주변에 있다는 것이 중요해 보였어요.


조성익  도시의 주변에 바람 쐬러 갈 수 있는 목적지가 있다는 것도 군산 시민들 입장에서는 도시에 애정을 높이는 요소가 되겠죠.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도시 주변의 더 조그만 소도시로 영향력을 확장하는 것도 매력도시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베를린을 여행하다가 데사우라는 작은 마을에 <바우하우스>의 건축과 자료를 보러 갔었는데요. 1시간쯤 기차를 타고 가서 마을을 둘러보고 점심을 먹고 돌아왔는데, 베를린이 더 풍성하게 넓어지는 느낌이었죠.



소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주말여행을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좋은 장소들이 있다면 도시 매력이 상승합니다. 관광객 입장에서도 그렇죠. 제 아무리 매력이 넘치는 도시도 몇 번 반복해서 가다 보면 '더 독특한 곳이 없을까' 시야를 넓혀 찾아보게 됩니다. 소풍, 피크닉, 교외형 카페와 갤러리 같은 아우팅 스폿 outing spot으로 연결되면 소도시의 매력을 주변 지역에 나눠줄 수 있습니다.



주변에 매력을 나눠주는 소도시


조성익  군산이라는 팀의 선수들, 매력도시에서 인터뷰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해볼까요.


이호   우리가 취재했던 다른 소도시들과 비교했을 때, 결속력이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토박이, 귀향한 분들, 서울에서 이주한 분들 사이의 이질감이나 거부감이 다른 소도시에 비해 적었죠. 선수들의 네트워크가 잘 만들어져 있었어요.


조성익  본인에게 물어보면 '우리 별로 안 친해요'라고 말하긴 하던데요. (웃음) 그런데 막상 인터뷰가 길어지고 이야기를 들어보면 카페 사장님과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도 알고 지내는 사이였고, 외곽에 위치한 이탈리안 레스토랑과 구도심의 바 대표님도 가깝게 지내고 있었죠. 적극적이라 할 수는 없지만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고 유대감을 가지고 있었어요.



이호   지방 도시일수록 서울과 비교해서 특유의 폐쇄성이 있을 수 있죠. 우리 마을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라는 의식이 있게 마련이고, 이런 폐쇄적인 사람의 네트워크가 그 도시로 이주하고 싶은 사람들을 심리적으로 가로막는 장벽인데요. 독특하게도 군산은 그렇지 않았어요. 소위 말하는 '나와바리 의식'이 적고 개방적이었죠.


조성익   관련해서 재미있는 얘기를 <나는 섬> 조권능 대표가 했는데, 어차피 군산이란 도시는 그 옛날 일본 침략기에 일어선 기획 도시다,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기회를 보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러니 진정한 의미의 군산 토박이는 거의 없다. 이런 얘기였죠.



이호   군산의 플레이어들이 가진 독특한 개방성과 유대감이 그런 점에서 비롯되었을 수 있겠군요. 그래서 현실적이고 개인적인 이유로 서로 친해질 수 있을 거예요.  '내 고향'이라는 지역 의식에 비해 젊고 건강한 연대감으로요.


조성익   게다가 최근의 군산은 '시간여행'이라는 복고풍 스타일을 보고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고, 사람들의 취향이 서로를 결속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우리, 이런 취향과 컨텐츠가 좋아서 이 도시에 모여 사는 것이지 않아?'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니, 지역에 들어오는 새로운 문화에 대한 적대감이나 질투, 이런 것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것 아닐까요.


이호   싱글 몰트 위스키를 파는 <앙팡 테리블>과 와인 리스트를 잘 갖춰둔 이탈리안 레스토랑 <파라디소 페르두또>의 사장님이 서로를 알아보고 교류하는 이유겠죠.



도시의 플레이어들이 건강한 연대감을 갖고 있다는 것, 매력도시의 핵심자산입니다. 다만 연대감은 눈에 잘 보이지도 않고 수치로 측정하기 힘든 요소입니다. 이들 틈에 끼어서 이야기하고 같이 놀고 술 마시지 않으면 파악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행정가나 기획가가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는 요소가 아닙니다. 선수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생긴 분위기, 팀 스피릿 Team spirit 같은 것이기 때문이죠.



사람의 네트워크를 타고
군산을 바라볼 것.


조성익  슬슬 이야기를 정리해볼까요. 이미 군산은 매력도시입니다. 도시가 가지고 있는 자연과 문화 자산이라는 측면에서 말이죠. 자, 그럼 다음 단계, '매력도시 군산, 시즌 2'를 준비하기 위해서 뭘 해야 할까요? 행정, 사업, 계획가들 입장에서, 그리고 군산으로 이주하고 싶은 사람들은 어떤 과정으로 군산을 이해해야 할까요?


이호   초급반은 지금 관광객들이 하듯, 히로쓰 가옥, 동국사, 경암동 철길마을 같은 기존의 역사 자원을 따라 여행을 해야죠. 그러다가 여흥상회, 거북이 식탁 같은 '재발견 세대'들이 만든 공간을 보게 될 거고요. 은파공원, 째보선창으로 시야를 넓혀가면서 이 도시의 잠재적 매력, 미래의 확장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될 거예요.



조성익  고급반 과정은? (웃음)


이호   군산을 이해하기 위한 고급반이라면, 지금의 군산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을 들여다보는 것이 좋습니다. 군산의 고정된 경관과 물리적 자원에 기대는 것을 넘어서, 사람의 네트워크를 타고 군산을 돌아보라, 이게 군산 이해의 고급 과정입니다.

개발을 하던, 사업을 하던, 거주를 할 목적이던, 이 네트워크를 소개받고 이 네트워크에 올라타서 실행을 하라는 겁니다. 플레이어들의 독특한 개방성과 연대감을 이해하시고 계획을 세우면 좋을 겁니다.



1) 산업도시에서 컨텐츠 도시로 변화하는 소도시 중, 대표 모델이 될 수 있다. 2) 탐험과 안심의 균형이 좋고, 향후 확장성도 가지고 있다. 3) 난도를 높여서 도시를 파악하고자 하는 행정가, 계획가, 주민, 여행객들은 지금 군산을 이끌고 있는 사람의 네트워크를 타고 개방성과 연대감을 가진 군산의 사람들을 파악해보라.

자, 군산의 역전승을 노리는 감독님과 선수들. 이상 매력도시 연구소의 전력 분석이었습니다. 부디 멋진 경기 하시기를.


매력도시 연구소의 <매력도시 매거진, 군산 편>을 마칩니다. 다음 도시에서 뵙겠습니다.   [매력도시연구소]




매력도시 매거진 vol.03_군산

1편: 군산, 인터내셔널을 준비하라

2편: 9회 말 투아웃, 역전의 명수 군산

3편: 동네 책방, 매력도시의 지표생물

4편: 마을의 파수꾼, 게스트 하우스: 죽성동 화담여관

5편: 군산의 악동: 앙팡 테리블 조권능

6편: 펼칠까, 모을까. 소도시 매력 작전

7편: 술집이 보물: 거북이 식탁

8편: 역전의 명수 군산, 탐험과 안심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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