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과관계와 상관관계의 문제
골프를 배우고 얼마 안 됐을 때부터 스윙이 멋지다고 평가받는 선수들의 동영상을 열심히 보았습니다. 그게 좋다는 조언도 자주 들었고요. 여러 선수들의 드라이버샷, 아이언샷을 반복적으로 재생해주는 동영상들이 넘쳐서, 정면으로도 보고 측면으로 보고, 원래 속도로도 보고 느린 속도로 보고 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날인가 어느 선수의 멋진 동작들을 머리에 떠올리며 연습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아마 박성현이라도 된듯한 착각에 빠져서 클럽을 휘두르고 있었겠지요. 그때 레슨프로가 말합니다. "누구 따라하고 있죠? 그거 따라하지 마세요." 설명인즉슨, 그 선수들의 스윙은 결과일 뿐 그 스윙의 원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들이 그 스윙을 할 때 염두에 두는 이미지(그 스윙의 '원인')는 제가 염두에 두는 이미지(그 스윙의 '결과')와 전혀 다른 이미지며, 그 결과를 따라하면 결코 동일한 결과를 낼 수 없다고요.
모든 스윙은 그립에서 시작되며 거기에서 만들어진다. 하나하나의 동작은 그다음에 올 동작과 연결되어 있으며 다음 동작을 조절해 나간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즉 스윙 전체가 연쇄 동작인 것이다...... 연습이든 실제의 플레이에서든 결과를 갖고 생각하지 말고 원인을 생각하도록 훈련하라. (편집부, 벤호건의 모던 골프, 전원문화사, 1994)
레슨프로의 설명을 저는 다음과 같이 이해했습니다. 어떤 사람이 부자가 되고 싶어 부자들의 공통점을 찾아봤다고 합시다. 그랬더니 그들이 모두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것 중 하나는 자가용 비행기라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부자가 되고 싶은 그는 빚을 내어 자가용 비행기를 삽니다. 그리고 자기가 부자가 되었다, 혹은 곧 될 것이라 굳게 믿습니다. 어떻습니까? 우스꽝스럽지요? '돈이 많으면 자가용 비행기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상관관계)'는 사실을 가지고, 자가용 비행기라는 결과를 오히려 원인으로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고 말았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인과관계 혼동을 제가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위와 같은 '역의 인과관계'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저지르는 대표적인 '인과관계와 상관관계의 혼동' 유형 중 하나입니다. 또 다른 유형으로는 이런 것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탄산음료 섭취율과 청소년 범죄율의 관계를 조사하는 학자가 '콜라를 많이 마시는 아이일수록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칩시다. 콜라에는 정말 청소년에게 범죄를 저지르게 하는 마법이 숨어있었을까요?
이와 같은 경우 사회과학자들은 교란요인이라 불리는 제3의 변수를 찾습니다. 이 문제에서는 콜라의 섭취와 범죄율 양자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 제3의 변수로 '빈곤'을 생각해 볼 수 있겠네요. 빈곤한 가정의 아이일수록 몸에 좋지 않은 탄산음료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크고, 빈곤한 가정의 아이일수록 범죄율이 더 놓다면, 이 경우에 진짜 범인은 콜라가 아니라 빈곤이라 할 수 있겠죠. '콜라를 마셨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 것(인과관계)'이 아니라 실은 '콜라를 마시지 않았어도 범죄를 저지를 수(상관관계)'있는 것입니다.
세상이 돌아가는 매커니즘은 베일에 쌓여있고,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든 알아내고 싶습니다. 어느 열쇠를 꽂을 때 내가 간절히 원하는 문이 열리는 것인지를요. 골프와 같은 스포츠의 경우에서도 무엇이 좋은 플레이를 혹은 스윙을 만드는지에 대해 답을 찾고 싶어 합니다. 그럴 때 흔히 저처럼 이미 잘하는 선수들의 결과를 모방하고 싶어 하는 유혹에 빠지겠지요. 물론 장님 문고리 잡는 심정의 그런 모방이 단초가 되어 문이 덜커덩 열릴 때도 있겠지요. 하지만 효율과 효과를 생각하는 골퍼라면 한 번쯤은 냉정하게 생각해볼 일입니다. 까마귀가 날아서 배가 떨어진 것인지, 배가 떨어져서 까마귀가 난 것인지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