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 권장 프로젝트」 마음의 장바구니 - 18
어느 날 문득, 브런치북의 두 세계관을 결합시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사치 권장 프로젝트」 '마음의 장바구니'에 실릴 도서를 「삶의 레시피」 '쓸데없지만 쓸모 있는'의 글과 짝을 이뤄 선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픽은 「삶의 레시피」 일곱 번째 글, 굿바이, 나의 알프레도와 연결됩니다.
지난여름,
수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적시고 가족을 떠올리게 했던 드라마가 있다.
'폭삭 속았수다'
나처럼 드라마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웬만해서는 그 소문을 익히 들어 알고 있을 것이다.
한동안 제주와 관련된 그 무엇이 됐든 드라마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제주도와 관련된 것이 얼마나 많던가.
오늘도 우발적으로 들어간 갤러리에서 제주의 이야기를 담은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몇 시간 후면 『엄마는 해녀입니다』에 대한 글을 쓸 참이었는데, 거참 재미있는 우연이로군..! 생각했다.
시간이 넉넉지 않아서 작품 제목을 미처 담지 못했는데, 이렇게 아쉬울 수가..
아무튼 세상 일은 참 모르는 거다.
이 글을 쓰기 전까지는 에바 알머슨의 전시회 이야기를 하게 될 줄로만 알았는데, 정말 뜻밖의 전개다.
『엄마는 해녀입니다』도 뜻밖의 전개를 갖고 있다.
책 제목 그대로 주인공의 엄마는 해녀다. 해녀인데, 외모가 상당히! 이국적이다. 난 그게 너무나도 재미있다. 외국작가의 그림책을 번역한 것이 아니라, 한국 작가의 글에 에바 알머슨이 참여한 것이니 기분도 더- 좋다. 지극히 우리 정서로 풀어놓은 이야기인데, 에바 알머슨의 페르소나들로 채워져 있다니. 묘한 하모니가 아닌가! 에바 알머슨의 전시회에서 이 작품을 보는 순간, 이 책은 무조건 사야만 했다.
아름답고 따뜻하고 유쾌한 그림책이다.
또 하나 재미있는 사실은, 이 책엔 번역이 있다.
책 뒤편에 영어 번역본도 실려있는데, 방송활동으로 많이 알려진 안현모 씨가 번역가로 참여했다. 처음 이 이름을 보고 뜻밖이라고 생각했는데, 가끔씩 이 책을 펼칠 때마다 "어머, 이 사람이 번역을 했어?"라고 매번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 내가 신기하다. 어쩜 매번 새로울 수가 있는지.. 나의 기억력이란..
주인공의 엄마는 젊은 시절 바다가 지긋지긋했다고 한다.
그래서 바다 건너 도시로 나갔다고 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미용사가 되었다.
나는 특히나 이 씬이 너무 마음에 든다.
한 장면으로 매일매일이 똑같은 일상 속 무의미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무표정하게 머리를 손질하고 있는 젊은 시절의 엄마와 손님들의 모습이 너무나 잘 대비되면서 이후의 이야기를 암암리에 스포한다.
서걱서걱 가위질 쇳소리,
웽웽 드라이기 모터 소리,
쏴쏴 머리카락 헹구는 물소리,
쓱쓱 머리카락 쓰는 비질 소리에 젊은 시절의 엄마는 귀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리고,
바다로 돌아온다.
시인과 촌장의 '풍경' 노랫말이 생각나는 장면이다.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
「삶의 레시피」의 '굿바이, 나의 알프레도'는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담은 글이다.
각자의 삶에서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가는 걸음들이 꾸준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욕심내지 말고 딱 각자의 숨만큼만..
Book. 『엄마는 해녀입니다』, 고희영 글 / 에바 알머슨 그림 / 안현모 번역, 난다, 2017.
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