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치 권장 프로젝트」 마음의 장바구니 - 16
두 개의 브런치북을 화요일과 금요일에 번갈아 올리던 중 어느 날 문득, 두 세계관을 결합시키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사치 권장 프로젝트」 '마음의 장바구니'에 실릴 도서를 금요일에 연재 중인 「삶의 레시피」 '쓸데없지만 쓸모 있는'의 글과 짝을 이뤄 선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책은 「삶의 레시피」 다섯 번째 이야기, 약점에 대한 생각과 함께 합니다.
만약 나에게 '슬픔'을 그려보라고 하면 어떻게 그릴 수 있을까?
그림 실력을 떠나서 선뜻 펜이 앞으로 나아가질 못했을 거 같다.
이 책은 바로 그 궁금증, 그러니까 '슬픔'이를 어떻게 그려냈을까? 하는 질문으로부터 만남이 이뤄졌다.
그리고 첫 장을 넘기는 순간 바로 감탄해 버렸다.
'슬픔'이를 이렇게 그리다니......
이렇게 그릴 수 있구나......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부럽지만,
그림에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건 더더욱 부럽다.
그건 마치 글씨를 잘 쓰는 것과 글을 잘 짓는 것이 다른 장르의 일인 것과 같은 것이다.
아무튼! 슬픔이가 이렇게나 매력적일 수가 없다.
게다가 문장 또한 기가 막히다!!
나는 집안으로 슬픔이를 맞이했어요.
조금 위험한 발언일지 모르나,
이 책을 보면 '슬픔이'를 사랑하게 될 수도 있다.
자신 있게 말하건대, 그 어떤 반려동물과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매 페이지 페이지마다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웃음이 멈추질 않는다. 녀석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이런 책에도 단점이 존재한다.
바로, 책 표지가 기대치를 확!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책의 분위기를 다른 쪽으로 상상하게 만들 정도로 영 신통치 않다.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알 것도 같으나, 한 사람의 독자로서 나는 결코 찬성하고 싶지 않다.
그것만 빼고는 나무랄 데가 없다.
아, 안쪽 표지(inner cover)도 살짝 아쉽기는 하다.
표지가 책의 첫인상이라면, 안쪽 표지(inner cover)는 그 첫인상만큼이나 중요한 자리인데, 좀 산만하고 칙칙하다. 언뜻 우리나라의 선황당 느낌도 나서 그림책에 대한 기대치를 또 한 번 다운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래도 약간의 고비를 넘기고 나면, 정말 어디 내놔도 자랑스러운 글과 그림을 만날 수 있다.
위 글의 시작은 이렇다.
자신의 슬픈 역사를
자신의 아픈 기억을
자신의 외로웠던 순간을
자신의 씁쓸한 가족 이야기를 대화 사이에 툭, 내어 놓는 사람들이 있다.
마치 뮤지컬 배우가 대사를 읊조리다가 자연스럽게 노래로 연결시키듯이......
상처의 시간을 덤덤히 내보일 수 있을 만큼, 그들은 단단하다. 그만큼 자유롭다. 그래서 아름답다.
아무도 모르게 홀로 견뎠을 인내와 고통과 번민의 시간을 건너온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면류관이 아닐까.
이런 이야기를 적었더랬다.
『슬픔이를 위해 지은 집』은 슬픔이라는 감정에 어떠한 색채도 입히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내보이고 있어 좋다. 위의 글과 같은 결의 생각이라고 느꼈다.
홀로코스트 피해자의 글에서 영감을 받아 썼다는 것에 더 큰 감동이 인다.
너무나 단단하고 너무나 자유롭고 그래서 아름다운 사람들이다.
이렇게 상흔을 기꺼이 드러낼 때, 그건 더 이상 약점이 아닌 자신만의 아이덴티티가 된다.
부디, 자신의 슬픔이를 독립시키지 못하고 끌어안고만 있는 ○○○, △△△, □□□, ◇◇◇......
다들 감정의 독립을 이루어 슬픔이와 함께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기를..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네..
이 책은 꽉 닫힌 해피엔딩을 보여준다. 이렇게 꽉 닫힌 해피엔딩은 흔치 않다.
Book. 『슬픔이를 위해 지은 집』, 앤 부스 글 / 데이비드 리치필드 그림, 나린글, 2021.
H-er.